영화 <천국의 책방>은 언뜻 사랑 영화 같지만, 내면의 플롯을 살펴보면 다른 어떤 영화보다 독특하고 깊이가 있다. 우선 이 점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특별했던 인연을 만나는 장소는 왜 하필 천국의 '책방'일까? 카페나 광장도 아니고... 게다가 책은 왜 읽어주는 걸까?
책방 중앙의 넓은 공간이 무대와 의자들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포인트다. 천국의 시민들은 책을 조용히 읽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부분을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1:1로 읽는게 아니라. 책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좋은 구절을 함께 나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연들로 일찍 천당에 온 사람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준다는 것은 함께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영화 후반부에는 천국의 책방에서 책을 낭독할 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까지 들려준다. 낭독, 피아노, 그리고 불꽃놀이가 함께 어우러져 천국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천국과 지상이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만나게 되어 기뻤어!"
우리는 늘 사람과의 인연을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세상에는 사람 외에도 책이나 음악, 심지어는 불꽃놀이와도 이런저런 특별한 인연이 있는 법인가 보다.
셀수 없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가며 어쩌면 우리는 그만큼의 인연을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되건, 이 넓은 세상 위에서, 수 많은 시간의 단층 사이에서 재회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뻐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늘까지 쏘아올린 불꽃놀이 '연화'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연주곡 '영원',
매개체들 하나하나에 마음이 담긴 멋진 영화였다.
1.미래 2.비움의 시 3.양지 4.8월의 편린 5.축복의 꽃 6.새로운 세상에게 7.심홍색 8.천국과 바다 9.모래 속에 묻어둔 10.영원 천국의 책방 - 연화 (天國の本屋 戀火: Heaven's Bookstore, 2004)
난 동물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게 서툴다. 사실 우리집 막내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시도해본적이 없었다.
개도 사람처럼 만나고 헤어지는데 법도라는게 있다고 한다. 관을 꾸미는데도 정성스레 솜을 뜯어 마치 눈 같은, 구름 같은 이부자리를 만들고, 액자에 담을 예쁜 사진을 고르며, 한 장의 편지에 못다한 말을 끄적였던 것까지... 장례란 모두 형식적인 거라 믿어왔던 내가, 그 절차들을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녀석에게 건넬 수 있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와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는 더 많은 노력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며칠이었다. 다음날 동생은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2008, 가와구치 하레, 청조사)>을 소개해주었다. 난 또 언제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책에 소개된 10가지 약속을 지키고 싶다.
1. 나와 오래오래 함께 해 주세요. 2. 나를 믿어 주세요. 그러는 만큼 나는 행복하답니다. 3.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4. 나에게 말을 자주 걸어주세요. 사람의 말을 할수는 없지만, 들을 줄은 안답니다. 5. 나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마음만 먹으면 내 쪽이 강하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6. 내가 나이가 들어도 잘 대해 주세요. 7. 나는 10년 정도밖에 못 삽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8.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9. 내가 죽을 때, 부탁드리는데요, 곁에 있어 주세요. 10. 부디 기억해 주세요, 내가 내내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마지막으로 새벽녘에 경황없이 달려갔음에도 끝까지 임종을 함께 해주셨던 신풍 24시 동물병원 원장님과 집앞까지 앰뷸런스를 보내주어 화장절차 모두를 도와주셨던 강아지넷(www.kangaji.net)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혼자서라면 감당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분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