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게 지루할 때도
맨날 똑같은 화장실의 잔소리가 귀 따가울 때도
이런 친구들 덕분에 기꺼이 돌아가고, 기다리고, 다가간다. ^^
영원할 것만 같았던 세상에 대한 두근거림이 잦아들면 난 가장 먼저 시집을 찾는다.
시집에는 세상에 대한 찬란함이 가득하다. 더러는 쓰디쓰고 냉소적인 시들도 있다. 그것도 그것대로 좋다. 하지만 역시 생의 Secret Recipe를 들춰보듯 예상못한 생의 단면을 만나나게 하는 시가 내겐 제격이다.
하지만 가끔 시로도 태업에 들어간 마음을 달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길을 걸어야만 한다. 한번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언젠가 한번쯤 이 시를 그려보고 싶다...
피아노는 '공간'을 지배한다.
하나의 선율, 하나의 음역이 아니라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별명에 걸맞는 다채로운 화음으로 자신이 속한 공간을 품는다.
그래서 피아노가 있는 공간은 늘 어떤 표정을 간직하고 있다.
밤바다의 등대처럼, 골목길의 가로등처럼...
1. '피아노 묘지' (신동, 2007)
건반 위에서 길을 잃은 피아노들이 모여있다.
누군가가 흔들어 주길 기다리며 동료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자신만의 소리를 간직한채
"우타, 네가 여기 잠들어 있는 피아노 하나를 구해줄래?" (우타 아빠)
"난 알거 같아. 아빠는 음악으로 남아있고 싶었던 거야." (우타)
* 영화 '신동' 주제가 'Ripple Song'
2. 루벤의 피아노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1999)
루벤의 피아노가 뜀틀, 평행봉, 마루를 지나 천장까지 타고 번져나가면
아이들은 한 호흡, 한 동작에 피아노의 한 음, 한 음을 담아 몸을 펼친다.
경쾌한 피아노와 드넓은 체육관의 만남
3. 퀸빅토리아빌딩 (호주 시드니, 2004)
6시 이후,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오직 피아노 선율만이 그 공간을 새로이 채울때
그 때, 저 옆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노라면
정말이지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
1.
우리는 죽는 그 날까지 새로운 지(知)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 전에 나는 과연 어떤 지(知)의 영역을 거쳐왔을까? 너무 편식하진 않았을까?
한번이라도 이런 의문에 부딪쳐 본 사람이라면 일본 지(知)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Tachibana Takashi)를 만나볼 것을 권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지(知)의 영역을 개척해온 다치바나는 지(知)에 대한 우리의 엉뚱한 호기심을 격려하고 더이상 흐르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어제의 지식 더미에 일침을 가한다. 아래는 그의 저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2006, 청어람미디어)에서 발췌한 그의 메시지다.
호기심
지(知)의 목표
고전의 울림
나의 서재, 고양이 빌딩
04.24. 동료의 추천으로 <이웃집 야마다군(となりの山田くん, 1999)>을 봤다.
뭐랄까... '이런 것이 애니다!'라는 웅변이 담긴 애니라고나 할까?
소재를 '가족'으로 접근한 것도 그렇고 캐릭터, 화법, 표현들이 하나 같이 흔하지 않은 애니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들을 살짝 당겼다 놓고, 또 다시 당기기를 반복한다. 웃었다가 끄덕이고 또 막 웃다가 지쳤는지 조금씩 나른해진다. 술 때문이었을까? 여튼 그렇게 정말이지 이웃집 같은 일들에 조금씩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9시 뉴스만큼 중요한 것도 아닌데... 조금씩 지루해지는데... 그래도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잠시 딴 곳을 보면 들쑥날쑥 이기적인 펜터치가 튀어나온다. 분명히 3등신 캐릭터였는데 갑자기 6등신이 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듯 2등신까지 내려간다. 전반적으로 여백이 많아 중간중간 눈이 쉬어가고, 뭔가 전달하려는 디테일한 녀석들이 알아서 눈에 들어와 주니 편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영상은 낫다. 음악은 마치 제가 애니의 주인공인냥 뻥뻥 터져나온다. '뭐 이런 배경음악이 있어?' 생각하며 음악을 쳐다보면 '그림이 맘에 안들어?'라며 뒷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 그러면 생각한다. 또 당했다...
마치 늘 그자리에 그렇게 언제까지나 있을 것만 같은 야마다 가족들. 전반부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특히나 후반부의 메시지나 내겐 특히 좋았다. 묵묵히 이타카를 향하고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선생님의 올해 소원, '적당'
주제가인냥 흘러나온 마지막 노래,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될대로 되라)'
DVD 표지 커버의 글귀, "치유가 아닌 위로를 주고 싶었다"
나는 누구나 이런 애니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끄적이고 나니 이런 모든 것들이 참으로 일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애니구나... 싶다.
보험이란 참 묘하다. 사실 나 혼자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보험따위 필요없다. 죽고 난 다음의 돈이 무슨 소용있으랴. 혹 불의의 사고가 찾아온다해도 착실히 병원왕래를 하며 멍하니 차례를 기다릴 성격도 아니다. 그래도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며, 너는 혼자가 아니라며 말해오면... 아뿔싸. 땅 위의 그림자가 더 짙어진다. 그리고는 '더이상 가입하지 않을 테다...' 되뇌인다. 그래 보험따위는
3.31. Nicholas Kristof는 칼럼 '조금만 더 머리를(With a Few More Brains)'에서 '지적 계정(Intellectual Accounts)'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단순히 재정 계정(Financial Accounts)의 숫자로 좌우되는게 아니라고 말하는 Kristof. 그는 Intellectual Accounts의 부족은 십년 후의 경쟁력은 커녕, 현재 미국사회의 말도 안돼는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교육, 그리고 지적 자산을 당당하게 여길 수 있는 정치문화. 공교롭게도 같은 날 ABC News는 미국고등학교 졸업실태 통계를 발표했다.
From Singapore to Japan, politicians pretend to be smarter and better- educated than they actually are, because intellect is an asset at the polls. In the United States, almost alone among developed countries, politicians pretend to be less worldly and erudite than they are (Bill Clinton was masterful at hiding a brilliant mind behind folksy Arkansas sayings about pigs).
......
'With a Few More Brains' Nicholas Kristof
3.31. 1년 반만에 SSC 12기 모임에 참석했다.
어렵기만한 '과학'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친근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모임. 한 멤버의 소개로 Oroom Gallery란 곳을 알게 되었고, 드높게 노랗던 천장이 한 주의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수학, 역사, 헬스케어, IT...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관심사를 함께 섞다보니 묘한 지적 상쾌함이 느껴졌다. Kristof가 말한 Intellectual Accounts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4.2. 기다리고 기다렸던 The Economist가 배달됐다.
이로써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그럭저럭 균형감있는 Intellectual Accounts 조각들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