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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리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5.14 미약한 현재여, 울려 퍼져라! - 인상리장

큰 무대 위에는 항상 대가의 농도 짙은 가르침이 있다.
인상리장의 장이머우, 훌라걸스의 히라야마.

나는 지금 이 시대가 누구보다도 그런 대가들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배워서 남주라는 가르침의 깊이를 두 작품을 통해 조금 깨달은 듯 하다.


1.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공연을' - 춤추는 도시, 리장의 기억(2008)

하늘과 산도 구경하는 초대형 야외무대,
배우 각자가 내던지는 300개의 표정과 몸짓,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혼의 목소리.

장이머우, 왕조가, 판웨...
세 명의 대가가 계림 리장(麗江)의 운명의 수레바퀴를 움직였다.

이들이 만든 것은 단순한 관광상품이 아니었다. 이들은 수북히 먼지만 쌓인채 말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을 하나하나 털어내고, 갈래 갈래 흩어져 있던 어제의 약속들을 엮어 불멸의 노래를 만들었다. 300명의 10개 민족이 함께 하는.

그 뿐만이 아니다. 공연 '인상리장'은 관광가이드인 딸이 광주리를 등에 맨 어머니를 이해하고, 이족이 나시족을 이해하고, 중국이 소수민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마을 촌장 역의 허련장은 공연이 마지막 장면을 보는 우리에게조차 힘껏 웃으며 아래와 같은 뜨거운 인사를 보냈다. 수천년간 수 백개의 산봉우리를 쌓아온 산과 같은 울림을 담아.

우리는 소수민족입니다. (우리는 배우입니다)
우리는 농민입니다. (우리는 빛나는 존재입니다)

해가 뜹니다. (저희는 여기 있습니다)
해가 집니다. (저희는 여기 있습니다)
눈이 내립니다. (저희는 여기 있습니다)

이 신비한 땅에서는 당신들의 모든 소망이 이뤄집니다.
저희들은 이 옥룡설산 아래서 여러분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릴께요.
저희가 축복 드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BC스페셜 '춤추는 도시' 1부 리장의 기억
http://www.imbc.com/broad/tv/culture/dspecial/vod/



2.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 훌라걸스(Hula Girls, 2006) 

인상리장이 농부들의 웃음이라면 훌라걸스 광부들의 웃음을 그리고 있다.

무대는 탄광도시. 탄광은 오랜시간 마을의 자랑이자 긍지였지만 훌쩍 자라버린 시대는 더이상 탄광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해고통지와 감축계획 발표.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누구하나 쉽게 탄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십수년 깊숙한 탄광을 오가며 돌과 곡갱이의 언어를 구사했던 아버지, 어머니들은 딸들의 춤바람을 납득할 수 없었다. 탄광의 끝자락을 힘겹게 붙잡고 있던 그들에게 여성협회회장인 키미코(아오이 유우)의 어머니가 힘겹게 말한다. 그녀가 저 깊은 탄광에서 건저올린 말은 모두에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그 통찰력에 나도 일하며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ㅡㅡ;)

" 저는 한 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어두운 구멍에서 곡괭이질 하는 것만이
  일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그리 나쁘진 않을것 같다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 춤을 추면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미 늦었지만 그 아이들은,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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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걸스는 아래와 같은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10년 후 1976년 초반 탄광은 문을 폐쇄했다.
4,400명이 넘는 광부들이 일을 그만 두었고
지난 40년 동안 318명의 댄서들이 무대에 올랐다.
현재 70세가 넘은 히라야마 선생은 아직도 그곳에서 댄서들을 지도한다.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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