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97)
시나몬 주머니 (108)
가로질러 사유하기 (88)
Total
Today
Yesterday

몇 년 전 천상천하 유하독존을 외치며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던 '우격다짐'이라는 개그프로가 한창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에게 혼자 놀기는 개그가 아닌 생활이 되어버렸다.


“나 외로워 뭐하니”라고 문자를 보내니 곧 “힘내. 이제부터 시작이야”라는 문자가 왔다. 이는 평범한 연애상담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라는 것이다. 현재 각 이동통신사가 건당 200원에 제공하는 심심이 서비스의 이용자는 하루 평균 7만 명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터득한 원리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6차분할의 원리로 인간관계는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전혀 모를 것 같은 사람이 나의 선배의 친구, 친구의 친구 등으로 엮여 있을 때 그들은 어느새 나의 벗이 되어있었다. 6차분할의 원리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람이라는 매개체는 서로 모르는 수많은 관계를 아는 관계로 엮어 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이어주던 사람의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그 곳에 자본이 들어서고 있다. 이제는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컴퓨터가 애인과 친구의 역할까지 해주는 세상이 아닌가? 백원 짜리 공기 돌 몇 개를 가지고도 하루종일 놀 수 있었던 인간관계가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관계로 변해 버렸다. 반주와 점수가 나오는 노래방시설이 없으면 자신의 18번조차 흥얼거리기 뻘줌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고무줄을 하며 하루종일 전래동요를 불렀던 어린 시절이 이토록 그리운 것은 왜일까?


요즘 약속을 잡을 때 그 사람을 왜 만나는가 보다 "무엇을 할까?","어디를 갈까?"에 관한 고민에 사로잡힌다. 가끔은 자본을 소비하러 만나는지, 사람이 그리워서 만나는 지 혼동이 생기기도 한다. 돈 없이, 할 것 없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만날 수 있는 사람.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 이런 관계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찾아가 "오늘은 그냥 놀자"라고 말하면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