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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데 왜 행복하지 못한 걸까?”


지난밤 시민단체 활동가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의 화두는 바로 ‘꿈으로 밥 벌어먹고 산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꿈이 순수하게 직업화되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어쩌면 나는 그 희박한 확률을 뚫었던 사람이기도하다. 여성운동을 막연하게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활동가를 업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었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내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인권단체에서 잠시나마 칼럼을 쓸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 관심분야를 마음껏 취재하며 사회의 부조리도 고발 할 수 있는 ‘기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난밤 만났던 활동가 친구들도 내 생각에는 모두 행복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한 친구는 현재 상황이 지긋지긋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또 한친구는 대안만 있다면 어디로든 뛰쳐 가고 싶다고 했으며, 나 역시 술잔을 기울이며 한숨만 내쉬었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그 대표적인 기준이 ‘꿈, 비전, 보상, 안정성, 여유’ 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직장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중요시 하는 가치를 충족하면 다른 가치는 어느 정도 묵인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가치의 결핍을 감수하고 자신이 고수했던 가치에 위협을 받는 순간 그 사람은 직장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다.


나의 활동가 친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를 감수하고 꿈을 믿고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앞서 제시했던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중 가장 명확하지 않는 기준이 바로 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도 갈망했던  꿈이 직업적으로 현실화되었을 때 그것이 자신이 꿨던 꿈인지를 다시금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의심 속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아닌가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나는 행복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이 꿈꿔왔던 일인가를 의심하며 엇나가있을 때는 조율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프로네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철학적 개념인데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아는 지혜’다. 나는 꿈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풍만한 프로네시스로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친구들 너무 속상해하진 말게. 우린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의 행복을 의심하며 행복해 지려고 노력할테니...



#에필로그..

안정성과 여유로움 때문에 공무원이 된 친구, 영화감독이 너무되고 싶어 학교까지 때려치고 충무로로 간 친구, 20년동안 모 방송사 예능 피디를 꿈꾸다 몇 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 방송사 예능 피디가 된 친구, 돈 많이 벌겠다고 바득바득 이를 갈며 대기업에 간 친구. 자신이 중요시 한 가치로 20대 초반에 직업을 선택한 나의 친구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도 100%행복하지 못하며, 몇 번쯤은 직장을 관둘 생각을 했고, 개중엔 정말 직장을 관두었다.


이래서 사람은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갑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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