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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1 [만화] '마음에 여유가 있는 생물' - 기생수(1995~1999)
오른쪽이와 내가 협력해온 싸움...
그건 아무래도 지구를 위한 싸움 같은건 아니었다.
인간을 위한... 아니, 나라는 개인을 위한 싸움이었다.
오른쪽이는 둘째치고 나는 끝내 기생생물의 입장에 설 수 없었다.
그렇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생물들은 때로는 서로를 이용하고, 때로는 죽인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아니, 상대를 자신이라는 '종'의 잣대로 재면서
다 파악한 기분을 내서는 안 된다.
다른 생물의 마음을 아는 체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다른 생물들은 아무것도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설령 전혀 이해할 수 없어도 존중해야할 동거인에는 틀림없다.

다른 생물을 보호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 외롭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 멸망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마음에는 인간 개인의 만족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게 전부니까.
인간의 잣대로 인간 자신을 비하해 봤자 의미는 없다.

- 신이치 (Shinichi Izumi, 기생수 #10)

(오른쪽 -> 왼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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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길에서...
길에서 만나 알게된 생물이 문득 돌아보니 죽어 있었다.
그럴 때면 왜 슬퍼지는 걸까.

그야 인간이 그렇게 한가한 동물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이 지닌 최대의 강점이라구.
마음에 여유가 있는 생물. 이 얼마나 멋진 일이야!!

- 오른쪽이 (Migi, 기생수 #10)


이야기 내용만이 아니라 만화의 구성법이 전혀 달랐다. 무슨 소리냐 하면, <후코>는 우선 작품 속에 <등장인물>이 있고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사건>을 생각해 가는 식이었다. 그에 반해 <기생수>는 우선 <사건>이 존재하고 이어서 그에 대처할 <등장인물>들을 배치해 갔다는 얘기다. 전자의 <등장인물>에 맞춰 <사건>들을 만들어갈 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데다 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 <사건>을 먼저 만드는 것은 그 자체가 즐겁고, 펜끝도 슬슬 움직였다. 나는 그런 타입의 만화가였던 것이다. 그걸 깨달았을 때 기생수라는 소재를 서랍에서 끌어냈던 것이다.

- 이와아키 히토시 (Hitoshi Iwaaki, 1995)


기생수를 거의 10년만에 다시 읽었다. 전에 없던 깊이와 구성을 재발견하는 기쁨은 네 차례 읽었던 헤르만 헤서의 <데미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Hitoshi Iwaaki는 외계인의 시각을 빌어 겨우 10권의 만화책에서 인간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 이기심, 약함(Fragile), 강점(여유)... 집단지성까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현재 기생수(Parasyte)는 북미에서 출간되고 있으며,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Hitoshi Iwaaki는 현재 대작 히스토리에(Historie)를 집필 중이다.


* 기생수(Parasyte) 관련 정보
http://en.wikipedia.org/wiki/Parasyte

** 기생수(Parasyte) 영문판 (정말 대단한 사이트다)
http://www.onemanga.com/Parasyte/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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