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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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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위로, 강 위로 등불이 번져가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뭔가가 가슴 안에서 벅차오르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뜬금없지만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만났던 무언가를 다시 만난듯 한 기쁨. 애니메이터란 정말 대단하다. Lantern supervisor들에게도 박수를!!







라푼젤(Tangled) 공식 사이트
http://adisney.go.com/disneypictures/tangled/#/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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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나는가수다> 3회는 여러모로 제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응원했던 김범수씨와 정엽씨가 1위가 되지 못한게 작은 충격이었다면, 김건모씨의 재도전 선택은 마치 도미노처럼 제 안의 무언가가 타닥탁탁 넘어지는 제대로 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김건모씨라면...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동안 계속 생각해봤습니다. 답은 뻔해 보였습니다. 후배들과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퇴장. 가수로서의 자존심과 후배 격려 차원에서 마지막 노래 한곡 정도는 들려줄 수도 있겠지. 이 정도가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그럴싸한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김건모씨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쿨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묘하게 그 선택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습니다. 신입사원도 뉴스도 눈에 잘 안들어오고, 발레리노도 거르고, 심지어 지금 기세로는 욕망의 불꽃도 건너 뛸 것 같습니다. 그냥 계속 김건모씨의 선택이 목에 걸렸습니다.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네요.

그러다 세찬 물살에 설겆이를 마친 뒤에야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건모씨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를 뛰어 넘었다는 것을요. 그 선택은 구차해 보이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부담만 쌓이는 무리수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건모씨의 선택은 이미 그런 것들을 모두 뛰어 넘은 그 무언가를 향해 있지 않나 싶더군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단순히 '탈락 vs. 재도전' 양자선택의 구도를 뛰어넘은 '새로운 선택'이라는 거죠.

무엇이 김건모씨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는가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역시 <나는가수다>의 7인의 역량과 제작진의 철학에서 비롯되지 않은가 싶습니다. 단순히 아마추어 중에 1등을 뽑는 서바이벌 게임이라면 부족한 능력에 발이 걸려 풋풋한 열정과 패기 속에 쿨가이로 떠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부문의 No.1이나 다름없는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인 서바이벌 게임이라면? 저는 아직 그런 능력도 배짱도 없지만 어쩌면 한번 더 걸어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 <플라이 하이 Fly High>라는 만화에서 정상을 목표로 하는 체조선수들은 어떤 시야를 공유한다는 대목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 만화는 만화겠지만서도. <나는가수도> 7인은 더이상 뽑아낼 수 없는 어떤 막다른 골목에서도 누군가의 도약으로 찌릿찌릿한 무언가를 나누고 그러는 동안에 어떤 시야를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김건모씨는 아마도 그 시야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전 이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김건모씨의 어려운 선택에서 전 20대 중반 치열한 고민을 하며 무언가를 선택하고 기다리고 다시 주먹을 쥐던 시절을 되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경지겠지요. 김건모씨의 경지는 적어도 20년은 하나의 업에서 어떤 경지를 이루어낸 사람이 모든 것을 버려가면서까지도 자신의 업에 다시 정면으로 도전하는 경우에 해당될테니까요. 운이 좋다면 전 40대 후반이나 느낄 자격이 주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길었습니다만 어떻게든 꼭 김건모씨와 <나는가수다>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오늘은 김건모씨가 '가수 김건모'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가수분들도, 김영희 PD를 비롯한 제작진도, 그리고 저를 비롯한 직업인들도 자신의 업을 다시한번 정면으로 마주보는 시간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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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만화책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만화방에서 만화책 보는 건 더더욱
더군다나 만화방에서 자장면 먹으면서 만화책을 본다면, '행복'이란 바다에 풍덩 빠져있는 기분입니다 ^^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만화방이 하나 둘 사라지며
치과나 커피숍이 들어올 때면 마치 패배자가 된 것처럼 알수 없는 무기력함에 사로 잡히곤 했습니다.
소중한 것은 지키지 않으면 스르륵 사라지고 마는구나... 생각하면서요.

뜬금없지만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됐습니다.
물론 그림은 형편없습니다. 재치나 유머도 턱없습니다.
그래도 한 10년 노력하면 조금은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2.
일전에 파리의 어느 서점에 갔을 때, 만화가 하나의 장르로서 제 존재를 마음껏 뽐내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소재로 한 르뽀 취재형 만화를 본 적도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조 사코, 2002)
잘은 모르겠지만 만화란 장르는 어떤 키워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교재가 되기도 하고, 기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53005&mm=005001001

그리고 오늘 우연히 New Yorker 카투니스트 Liza Donnelly의 TED 강연을 접했습니다.
그녀는 'Woman'과 'Tradition'이라는 키워드를 'Humor'로 엮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작업이 결국 'Change'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세상엔 어떤 만화가들이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About this talk
New Yorker cartoonist Liza Donnelly shares a portfolio of her wise and funny cartoons about modern life -- and talks about how humor can empower women to change the rules.

About Liza Donnelly
New Yorker cartoonist Liza Donnelly tackles global issues with humor, intelligence and sarcasm. Her latest project supports the United Nations initiative Cartooning For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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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를 만났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시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낯선 시선이었습니다.
시는 잠든 감각과 감정을 깨워주었고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 시절 시는 메마른 땅에 스며드는 단비처럼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예이츠의 시를 읽고 있으니
시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시는 내 삶에 등불이 되어주고, 작은 원칙들에 단단한 증거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십자로 위의 장미에게 - W. B. Yeats
To the Rose upon the Rood of Time


붉은 장미, 당당한 장미, 내 모든 세월의 슬픈 장미여!
내게로 오라, 나 오래전의 것들,
쓰라린 파도와 싸우는 쿨린,
잿빛의, 숲에서 자라난, 조용한 눈매의 드루이드 승,
퍼거스 주변에 꿈과 말로 할 수 없는 황폐함을 안긴 그,
그리고 은빛 신발을 신고 바다위에서
춤추며 늙어가는 별들이 그 높고 외로운 선율로 노래하는
그대 자신의 슬픔을
나 노래하는 동안
가까이 오라, 더 이상은 인간의 운명에 눈멸지 말고
나는 사랑과 미움의 가지 아래
하루를 사는 보잘 것 없고 바보 같은 모든 것들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방황하는 영원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가까이 오라, 가까이. 더 가까이 오라, 아, 나에게 다만
장미의 숨결이 채울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을 남겨두고!
나 더 이상 갈망하는 흔한 것들,
그 조그마한 구멍 속에서 몸을 낮춰 숨어 있는 나약한 벌레,
풀숲 속에서 내 곁을 지나 달려가는 들쥐,
애쓰다 사라지는 무거운 필멸의 아름다움을 감당하지 않도록.

다만 나는 하나님이 이미 오래전에 죽은 명민한 가슴들을 향해 말씀하신
이상스런 것들을 홀로 듣고자 하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말을 노래하는 법을 배우려 하니.
가까이 오라, 나의 시간이 사라지기 전
오래전의 아일랜드와 오랜 것들을 노래하리니.
붉은 장미, 당당한 장미, 내 모든 세월의 슬픈 장미여

- 예이츠 시선 中 (허현숙, 2008, 지만지, p.20)


Red Rose, proud Rose, sad Rose of all my days!
Come near me, while I sing the ancient ways:
Cuchulain battling with the bitter tide;
The Druid, grey, wood-nurtured, quiet-eyed,
Who cast round Fergus dreams, and ruin untold;
And thine own sadness, whereof stars, grown old
In dancing silver-sandalled on the sea,
Sing in their high and lonely melody.
Come near, that no more blinded by man's fate,
I find under the boughs of love and hate,
In all poor foolish things that live a day,
Eternal beauty wandering on her way.

Come near, come near, come near - Ah, leave me still
A little space for the rose-breath to fill!
Lest I no more hear common things that crave;
The weak worm hiding down in its small cave,
The field-mouse running by me in the grass,
And heavy mortal hopes that toil and pass;
But seek alone to hear the strange things said
By God to the bright hearts of those long dead,
And learn to chaunt a tongue men do not know.
Come near; I would, before my time to go,
Sing of old Eire and the ancient ways:
Red Rose, proud Rose, sad Rose of all my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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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 법정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
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 거듭 떨쳐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외롭다고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져 버린다.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이 없으면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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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 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화려한 쪽으로 가려다
헤어진 사랑을 본다..
너무 풍요로운 미래로 가려다
갈라진 사랑을 본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가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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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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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나리오를 통해 한 번도 기부한 적이 없던 사람이 사려 깊은 기부자로, 그 후 단체에 유산을 기증하는 기부자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살펴보고 그 동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지나는 피곤하고 지친 채로 집에 온다. 지루하고 힘든 하루였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신발을 벗어 던진 채 그날 온 우편물을 대충 훑어본다. 대부분 쓸데없는 광고물이다. 하지만 우편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니 여성 노숙자와 그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지역 쉼터에서 보낸 것으로 별로 화려하지도 않고 디자인도 엉성한 우편물이다.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은 지나는 편지를 뜯어 대충 읽어보고 적은 액수지만 기부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저녁을 준비하면서 35달러를 수표에 적어 반송봉투에 넣어둔다. 다음날 그녀는 반송봉투를 우편함에 넣고는 이내 그 단체에 대해 잊어버린다.

하지만 지나가 이렇게 충동적으로 한 기부는 그녀의 기부 능력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지역 쉼터에 대한 헌신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노숙자 쉼터는 이제 충동적인 기부자인 지나를 습관적인 기부자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며칠 동안 지나는 직장과 집을 왕복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그리고 어느 날 우편물 중에 쉼터에서 온 감사 편지를 발견하고는 "답장까지 보내다니 고마운 일이군"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이 기부한 것에 대해 뿌듯해하면서 그 쉼터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 후 몇 달 동안 지나는 쉼터 소식지를 받고, 우연히 쉼터 근처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석 달 후에 지나는 쉼터로부터 또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쉼터는 이 편지에서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달하면서 쉼터 아동들의 놀이터 장비를 구입하도록 추가로 기부해줄 것을 요청한다. 지나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50달러를 다시 기부하고 지난번처럼 쉼터에서 감사 편지를 받는다. 3개월 후에 그녀는 다시 쉼터로부터 시청이 일부 지원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관련해 기부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지나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차의 타이어를 두 개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부를 하지 못한다. 그 후 다시 석 달쯤 지나(처음 기부한 때로부터 아홉 달이 될 즈음) 지나는 쉼터의 오픈하우스에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쉼터를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쉼터를 돌아본 후 그곳의 이사들과 대표를 만난다. 오픈하우스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당일 모금행사에 참여하고 25달러 정도의 기부 요청을 받는다. 지나는 다시 25달러를 기부한다. 이후 두 달 동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지나는 몇 번에 걸쳐 쉼터의 행사에 참여한다. 또 휴일에는 호텔에 투숙할 때마다 가져온 샴푸, 컨디셔너, 비누 등을 쉼터에 가져간다. 그 후 그녀는 기부를 요청하는 전화모금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른 기부자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다.

이제 쉼터의 입장에서 보면 지나는 충동적인 기부자에서 습관적인 기부자로 전환된 것이다. 기부 요청을 받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 한도 내에서 기부를 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을 단체의 일원으로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종종 쉼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2년 동안 지나는 우편 기부 요청이나 특별행사를 통해 적은 액수지만 해마다 두세 번씩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이후 쉼터의 한 이사로부터 연간 250달러 정도를 기부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 해당 이사가 직접 서명한 개인적인 편지를 받는다. 이 편지에서 이사는 그 동안 그녀가 쉼터를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쉼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면서 지나가 이 기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이 며칠 후에 전화를 할 테니 그때 결정해달라고 요청한다. 지나는 이제 이 단체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자신이 이 정도의 기부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 단체에 250달러를 기부할 정도로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는가? 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사에게 물어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 이 단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나는 이미 사려 깊은 기부자 단계에 진입해 있다. 그녀는 250달러를 기부할 수도 있고 100달러를 기부할 수도 있다. 혹은 계속해서 예전처럼 1년에 서너 번 소액을 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쉼터에 대한 자신의 기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나는 쉼터 이사와 통화한 후 250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한다.

그 후 3년 정도가 지나면서 지나와 쉼터의 관계는 우편 기부와 같은 일반적인 단계에서 단기 프로젝트의 자원봉사나 행사 참석 등과 같은 다소 사적인 관계로 발전했고 그 다음에는 이사로부터 직접 기부 요청을 받는 아주 개인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 후로도 몇 년에 걸쳐 지나는 시간이나 돈을 기부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5년 동안 쉼터의 일반 기부자였던 지나는 이제 1년에 1,000달러를 기부하는 고정 기부자가 되었다. 그 해에 쉼터는 새 건물을 구입하기로 결정한다. 건물 구입비는 15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지만, 이 건물을 통해 현장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쉼터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쉼터는 건물 구입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요청해서 지원금을 받는다. 또 재단 두 곳에서 25만 달러, 몇몇 기업에서 5만 달러를 지원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25만 달러를 개인 기부자에게서 지원 받을 계획이다. 그래서 쉼터는 개인 기부자들에게 정기 기부금 외에 건물 구입을 위한 특별 기부를 요청하는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쉼터는 지나가 믿을 만한 자원활동가이며 성실한 핵심 기부자이기 때문에 특별모금위원회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다. 지나는 이 위원회에 참가하는 것뿐 아니라, 예기치 않게 이모로부터 1만 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아 이를 전부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돈을 의미 있게 사용한 것에 대해 매우 흡족해한다.

캠페인이 끝난 후 지나는 이사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리고 다음 해에 쉼터에서 유산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재산을 쉼터에 물려주도록 자신의 유언장을 고쳐 쓴다. 매우 헌신적인 기부자가 이 단계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지나 역시 이 결정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쉼터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신중하게 계획한 결과이며 기부자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 <모금이 세상을 바꾼다>, 킴 클라인 Kim Klein, 2009, 아르케, pp.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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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Hell is Matt
http://www.wherethehellisma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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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순[누룩술]의 자는 자후(子厚, 흐뭇한 것)이다. 국순의 조상은 중국 진한시대 농서 사람으로 90대 할아버지 모(牟: 밀)가 순(舜) 임금 때 농사의 일을 맡았던 후직이란 사람을 도와서 만백성을 먹여 살린 공로가 있었다.
- 국순전 (임춘, 2003, 신원)

2.
일찍이 순(醇)이 섭법사에게 나가서 종일토록 담론한 일이 있었다. 이때 온 좌중의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고 허리를 잡았다. 이로부터 그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3.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국처사(麴處士)라고 불렀다. 이리하여 위로는 공경대부와 신선, 방사로부터 심지어는 남의 집 머슴, 나무꾼, 오랑캐나 외국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향긋한 이름을 마시는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흠모하였다.

4.
이들이 여럿이 많이 모였다가도, 만일 국처사가 오지 않으면 하나같이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국처사가 없으면 자리가 흥겹지 못하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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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가전체 작품이라는 의의를 지니는 국순전. 가전체 작품 중에서도 으뜸이다. 국순전이 다른 작품과 차별성을 보이는 것은 국순과 상황을 묘사하는 재치에 있다. 임춘의 후속작인 공방전이나 여타 죽부인전, 정시자건은 친절하게도 주인공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행적을 나열한다. 분량이 불과 5~6 페이지에 불과한 당시 사정을 고려하면 명쾌한 전개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들은 겨우 대상의 역사와 외관을 설명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에 국순전은 그러한 장치가 매우 적다. 대신 국순이 관계하는 상황과 주변인의 입을 빌어 국순의 색과 향기, 그리고 성격까지 그려내고 있다. 약 800년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 빛을 바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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