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2. 세상에는 드높은 하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바람이 선선하고 햇볕이 상냥한 날이면, 노을을 비스듬히 끌어 안은 돌담길을 마냥 걷고 싶다. 돌담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이 곳 삼성동에 나무소리, 풍경소리, 독경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 봉은사.
오랜만에 찾은 그 곳은 지금 막 부처님이 다녀가신 것처럼 온통 분홍 빛이었다. 마치 손에 닿을 듯한 높이에 연등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어찌나 빼곡히 늘어서 있던지...
그것은 정말 낮은 하늘의 풍경이었다. 아무리 높은 빌딩을 오르고, 아무리 높은 산을 올라도 볼 수 없는 기이하고도 정겨운 풍경이었다.
그것은 정말 작은 하늘이었다. 뒷짐지고 느릿느릿 한바퀴를 걸어봐야 채 30초나 걸릴까. 불과 몇 걸음 사이로 내 머리 위엔 다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 작은 하늘 아래 '나무아비타불'이 울려 퍼지고 나는 흙 마당을 걸었다.
머리 위에 작고 낮은 하늘이 있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 하늘이 얼마나 내게 위안이 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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