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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3 이스트우드를 통해 세상을 보다 1

이스트우드를 통해 세상을 보다.

영화 '아는여자'와 ‘바르게 살자’ 등으로 잘 알려진 장진 감독은 색록이다. 그는 이세상의 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화면을 연출할 때 장진 감독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텝들에게 무대의 색을 요구한다. 침실은 오징어가 타는 색으로 주인공 집 앞의 골목은 도둑고양이가 새끼를 찾을 때의 색으로 꾸며달라고 지시하는 장진감독 때문에 그의 스텝들은 애를 먹는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색을 모르는 장진은 영화에서 우리가 모르는 신비로운 색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자신의 느낀 대로 정확하게 색을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색을 연출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만
큼 다채로운 이념의 색을 영화에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영화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스트우드의 영화에는 다채로운 사상의 색이 뒤 엉켜 있다. 진보, 보수,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이분법적인 이념의 잣대로 그의 영화는 절대 재단할 수 없다. 그는 공화당 지지자로서 정치적으로는 보수의 색을 띠고 있지만, <밀리언달러 베이비>라는 영화에서는 안락사 허용을 주창하며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있는 공화당을 비판한다.

“군복무 시절부터 공화당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나는 어느 정파에도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리버테리언에 가까운 것 같다”

- <카이에 뒤 시네마>와의 인터뷰에서-

 

진보 보수를 넘어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으며, 자기결정권을 우위에 놓는 이스트우드감독은 스스로를 ‘리버테리언(Libertarian/자유의지론자)라고 칭한다.

한국인의 시선에서 진보 보수라는 정치적, 집단적 시각을 넘어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이스트우드식 사고는 색을 구별 못해 이랬다저랬다 하는 회색분자처럼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이념의 색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사회에서 리버테리언의 설 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고, 스스로를 리버테리언이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리버테리언’이라는 개념을 알기 전에 ‘그렇다면 너의 입장은 진보냐, 보수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절주절 변명하기에 바빴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나에게 모호했던 ‘리버테리언’이라는 개념을 삶 자체로 증명한 인물이었고, 다채로운 이념의 색을 그자체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줬다.

3월에 개봉하는 <그랜 토리노>를 끝으로 이스트우드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영화와 삶 자체를 통해 많은 이들은 다채로운 이념의 빛깔을 인식할 수 있는 시력을 회복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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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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