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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더걸스를 포기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싶어 여기에 왔어요. 많은 청소년들이 아이돌스타를 포기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하기위해 거리로 나섰는데, 이래도 우리의 진심을 모르겠어요?”

지난달 31일 촛불문화제가 열린 시청광장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원더걸스가 자신의 학교에 방문했지만 많은 친구들이 원더걸스를 포기하고 대통령과 대화하기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단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촛불만이 아니었다. 그 소녀는 한 손에는 커다란 쓰레기 봉지를 들고 다니며 촛불시위 중 나오는 쓰레기들을 담고 있었다.

“쓰레기 때문에 촛불시위에 동참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변질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남아서 치우고 가도 되지만 최대한 깔끔한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평화적으로 내고 싶었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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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재에서 만난 한 여고생이 커다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있다



어느 순간부터 소녀들이 촛불시위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와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 그리고 시위의 만남이라....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단발머리교복부대가 이끄는 시위의 힘은 한때 몰락했던 씨투아앵(프랑스어로 정치적 의식적인의미의 시민이랄까. 경제적의미의 시민인 브루주아와 맞서는 의미)으로서의 시민정신에 불을 당기고 있는듯하다.


이날 나는 대학로부터 촛불소녀단과 함께 행군을 하며 시청 앞 광장으로 갔다. 이때 만난 소녀들은 잔다르크를 연상할 만큼 주체적인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을 보여주었다. 행군을 할 때 중학생 동생들이 다칠까봐 세심하게 챙겨주는 고등학생 언니들, 초등학생 친구들은 안쪽으로 가고, 초등학생 걸음에 맞추어 행군하자는 여중생들. 시위문화는 어른의 시선에서는 나약함과 순수함의 상징으로 뭉뚱그려졌던 ‘소녀’라는 의미에 수많은 의미를 불어넣고 있었다. 특히 촛불시위는 아이들로 하여금 시민의식을 몸으로 느끼고 배우게 하고 있었다.


“촛불시위를 하며 청소년 모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들을 통해 우리는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진짜 공동체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죠. 교과서에서 매일 ‘대한민국은 하나다’라고 배웠을 때는 별로 의미가 와 닿지 않았는데 직접 시위에 참여하며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니 대한민국은 하나라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위에서 만난 고 1 소녀


특히 이들은 시위장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개인주의문화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시위장에서 연대문화를 맛보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청소년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편이 공부밖에 없었다면 촛불시위로 시민의식, 사회참여 정도가 청소년들 사이에 자신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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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문제에 대해 의식이 없어야한다는 어른들의 생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주 위험한 생각이에요. 우리는 다음 선거 때부터 투표를 해야 하는데 사회문제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투표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가 아닌가요” - 촛불소녀단의 고2 여학생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거리로 나선 것일까.


이날 나를 가장 놀라게 한것은 소녀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만난 여학생들의 대부분은 ‘꿈’ 때문에 수행평가도, 중간고사도 포기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꿈을 이루고 싶어요. 10년 후에 대학에 가서 가장 행복한 시기일 텐데 한 정권의 무지한 행동 때문에 나의 꿈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고1 여학생

“사실 며칠 뒤에는 수행평가가 있어요. 중간고사 때도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동영상중계로 시위를 지켜보느라 공부에 집중을 잘 하지 못했죠. 하지만 광우병을 막는 일이 나하나 대학 못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고 1여학생

“재수하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광우병문제는 막을 수 없어요. 미래세대들에게 짐을 떠 넘길 수 없어요. 한명의 국민으로서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부끄럽지 않은 목소리를 냈다고 자부해요”-고 3여학생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학생들의 꿈은 ‘명문대학에 가는 것’이고 그래야만 하다고 생각했다. 명문대 진학이 학생들의 꿈이어야한다고 주입했던 사회에 먼 훗날의 소박한 꿈을 지키겠다고 거리로 뛰어든 소녀들 앞에 내내 고개가 숙여진 하루였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지키게 해주세요. 저는 앞으로 연애도 해보고, 유학도 가고, 저만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요. 우리 미래 세대들이 만들어 갈 부분을 남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 일산에서 온 고3여학생



촛불소녀단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http://cafe.daum.net/candlegirls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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