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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를 만났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시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낯선 시선이었습니다.
시는 잠든 감각과 감정을 깨워주었고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 시절 시는 메마른 땅에 스며드는 단비처럼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예이츠의 시를 읽고 있으니
시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시는 내 삶에 등불이 되어주고, 작은 원칙들에 단단한 증거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십자로 위의 장미에게 - W. B. Yeats
To the Rose upon the Rood of Time


붉은 장미, 당당한 장미, 내 모든 세월의 슬픈 장미여!
내게로 오라, 나 오래전의 것들,
쓰라린 파도와 싸우는 쿨린,
잿빛의, 숲에서 자라난, 조용한 눈매의 드루이드 승,
퍼거스 주변에 꿈과 말로 할 수 없는 황폐함을 안긴 그,
그리고 은빛 신발을 신고 바다위에서
춤추며 늙어가는 별들이 그 높고 외로운 선율로 노래하는
그대 자신의 슬픔을
나 노래하는 동안
가까이 오라, 더 이상은 인간의 운명에 눈멸지 말고
나는 사랑과 미움의 가지 아래
하루를 사는 보잘 것 없고 바보 같은 모든 것들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방황하는 영원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가까이 오라, 가까이. 더 가까이 오라, 아, 나에게 다만
장미의 숨결이 채울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을 남겨두고!
나 더 이상 갈망하는 흔한 것들,
그 조그마한 구멍 속에서 몸을 낮춰 숨어 있는 나약한 벌레,
풀숲 속에서 내 곁을 지나 달려가는 들쥐,
애쓰다 사라지는 무거운 필멸의 아름다움을 감당하지 않도록.

다만 나는 하나님이 이미 오래전에 죽은 명민한 가슴들을 향해 말씀하신
이상스런 것들을 홀로 듣고자 하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말을 노래하는 법을 배우려 하니.
가까이 오라, 나의 시간이 사라지기 전
오래전의 아일랜드와 오랜 것들을 노래하리니.
붉은 장미, 당당한 장미, 내 모든 세월의 슬픈 장미여

- 예이츠 시선 中 (허현숙, 2008, 지만지, p.20)


Red Rose, proud Rose, sad Rose of all my days!
Come near me, while I sing the ancient ways:
Cuchulain battling with the bitter tide;
The Druid, grey, wood-nurtured, quiet-eyed,
Who cast round Fergus dreams, and ruin untold;
And thine own sadness, whereof stars, grown old
In dancing silver-sandalled on the sea,
Sing in their high and lonely melody.
Come near, that no more blinded by man's fate,
I find under the boughs of love and hate,
In all poor foolish things that live a day,
Eternal beauty wandering on her way.

Come near, come near, come near - Ah, leave me still
A little space for the rose-breath to fill!
Lest I no more hear common things that crave;
The weak worm hiding down in its small cave,
The field-mouse running by me in the grass,
And heavy mortal hopes that toil and pass;
But seek alone to hear the strange things said
By God to the bright hearts of those long dead,
And learn to chaunt a tongue men do not know.
Come near; I would, before my time to go,
Sing of old Eire and the ancient ways:
Red Rose, proud Rose, sad Rose of all my days.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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