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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를 넘어서>

“정치는 국가의 조형예술이다.” 라는 나치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의 말처럼 전체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종종예술이 된다. 매스게임은 통일성이 극대화된 정치예술이다. 독재권력의 찬양이라는 명목 하에 수 백명의 사람들의 동작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모습은 사라진다. 하지만 북한의 메스게임을 다룬 다니엘 고든 감독의 ‘어떤나라’ 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디에서도 독재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 체제를 그린 여느 작품과 달리 ‘어떤나라’ 에는 북한체제가 사라진 북한 사람이 있다. 고든은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여중생 현순이와 송연이를 통해 북한사람에게 메스게임이 주는 의미를 재조명해주었다.


 우리에겐 북한의 매스게임의 통일된 목적과 통일된 동작만 보이지만, 그 통일성을 만드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메스게임은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집단체조는 누구에게는 고도의 종합예술이요, 누구에겐 꿈이요, 누구에겐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의 축이라는 어떤 나라식의 추상화된 개념으로 북한을 인식하려는 사람들에게 매스게임은 독재권력의 찬양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국인 고든 감독은 정치적 편견을 벗어버리고 북한 인들이 느끼는 종합예술로서의 집단체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11차례 북한을 방문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어떤나라”라는 다큐는 북한을 다룬 그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으로 북한사회를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게 된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듣고 자라났다. 50여년 간 통일을 위해 다양한 남북교류 활동이 이루어졌건만, 노력에 비해 남북교류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악의축, 독재정권, 핵 보유국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잘 투영되어 있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체제를 통합적으로 뭉뚱그려 놓고, 그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개인의 모습을 소멸 시켜버렸다. 기존에 형성된 통일된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며 북한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게을리 했다.


곧 성사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북한을 바라보는 통일된 눈 부터 분열시켜야한다. 다양한 시각에서 북한체제가 아닌 북한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며 민간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다니엘 고든 감독이 북한 사회를 ‘어떤나라’를 넘어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을 바라보던 국제사회의 통일된 관점을 탈피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있어야 하네” 라고 하는 서정주 시인의 ‘견우의 노래’ 처럼 우리들의 통일이 있기 위해서는 북한을 보는 관점에도 분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07.8월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떠들썩했을 때 즈음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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