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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06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2
0623. 우리집 막내가 세상을 떠났다.

난 동물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게 서툴다. 사실 우리집 막내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시도해본적이 없었다.

개도 사람처럼 만나고 헤어지는데 법도라는게 있다고 한다. 관을 꾸미는데도 정성스레 솜을 뜯어 마치 눈 같은, 구름 같은 이부자리를 만들고, 액자에 담을 예쁜 사진을 고르며, 한 장의 편지에 못다한 말을 끄적였던 것까지... 장례란 모두 형식적인 거라 믿어왔던 내가, 그 절차들을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녀석에게 건넬 수 있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와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는 더 많은 노력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며칠이었다. 다음날 동생은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2008, 가와구치 하레, 청조사)>을 소개해주었다. 난 또 언제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책에 소개된 10가지 약속을 지키고 싶다.

1. 나와 오래오래 함께 해 주세요.
2. 나를 믿어 주세요. 그러는 만큼 나는 행복하답니다.
3.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4. 나에게 말을 자주 걸어주세요. 사람의 말을 할수는 없지만, 들을 줄은 안답니다.
5. 나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마음만 먹으면 내 쪽이 강하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6. 내가 나이가 들어도 잘 대해 주세요.
7. 나는 10년 정도밖에 못 삽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8.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9. 내가 죽을 때, 부탁드리는데요, 곁에 있어 주세요.
10. 부디 기억해 주세요, 내가 내내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마지막으로 새벽녘에 경황없이 달려갔음에도 끝까지 임종을 함께 해주셨던 신풍 24시 동물병원 원장님과 집앞까지 앰뷸런스를 보내주어 화장절차 모두를 도와주셨던 강아지넷(
www.kangaji.net)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혼자서라면 감당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분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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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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