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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의 '발견' - "발명이 아니라 발견을 할 거예요." p.123

남다른 정신, 남다른 능력에도 불구하고 존은 '호모 사피언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그 스스로 하나의 종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만들지 않고 우주의 원리와 운동을 찬양하며 신 아래 위치한다. 독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공동체를 만들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지 않는다. 이미 존에게는 국가란 필요에 따른 증오의 종교에 불과할 뿐이니까.

존에게 '공동체'는 목적은 아니었다. 공동체 역시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였다. 그것을 위해 협력하고 한 단계 새로운 차원으로 정신을 발전시킬 동료들이 필요했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시간, 공간 차원의 독립이 필요조건으로 갖춰져야 했다. 그리고 그가 발견하려한 것은 존재론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인간형'이었다.

하지만 신이나 외계 손님조차도 번거로워할거라 했던 그런 일을 왜 존은 죽음에 뛰어들면서까지 찾아나선 것일까? 어쩌면 존은 이해불가한 비상식적인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 이전에 지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존이야말로 인간보다 더 인간다웠던게 아닐까?

나처럼 독특한 존재는 이 행성의 '영혼을 발전시킬' 사명감이 있다. 내 머릿속에는 그런 말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아직 초기라 '영혼'과 '발전'이 뭘 뜻하는지 잘 몰랐어요. 평범한 종들을 돌보면서 최고의 자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더 나은 인간형을 수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사명의 실질적인 부분이라는 걸 알았어요. - 존 (이상한 존, Olaf Stapledon, 2008, 오멜라스, p.61)


2. 로의 '태도' - "내가 살던 곳에는 제인 오스틴 같은 사람은 없었어." p.211

존과 로가 함께 그리고 각각 언급한 '활기찬'은 전형적인 인간다움의 미덕이다. 공동체 삶 속에서 이런 모습을 종종 발견된다. 텔레파시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함에도 굳이 인간의 언어로 소리내 주고 받고, 충분한 먹거리가 있음에도 마치 '운동하듯'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로의 말처럼 단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과도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동체에 불어넣는다. '활기'란 것을.

이로 인해 양립불가능할 수도 있는 각자의 남다른 능력과 정신력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는 견딜만한 곳 이상으로 만들어져 간다. 그들이 추구한 깊은 지적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은 존의 힌트에 따르면 별이 흐르고, 태양과 달이 기울고, 구름과 바람이 일고 흩어지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었을까.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적용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우주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깨닫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살던 곳에는 제인 오스틴 같은 사람이 없었어. 하지만 내 안에는 그 비슷한게 있어. 이 옛날 책들을 읽으면 나 자신을 아는 데에 도움이 돼... 물론 우리의 정신은 제인 오스틴보다 훨씬 월등하지. 하지만 그 태도는 우리에게 적용가능해. 자신의 조그마한 세계를 대하는 제인 오스틴의 태도는 아주 지적이고 활기차. 그건 너무 중요한 점이기 때문에 책만 읽어서는 알 수가 없어. 나는 우리마저도, 우리의 고결한 개척지 마저도 제인 같은 눈으로 보고 싶어. - 로 (이상한 존, Olaf Stapledon, 2008, 오멜라스, p.211)


3. 각자의 '방식' - "그래요, 우주를 더 깊고 더 활기차게. 그게 요점이에요." p.127

삶이란 속도,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방식'과 '태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가 저마다 발견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적이고 활기찬", 이 태도의 교훈은 내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도 중요한 힌트가 아닐까.
 
나는 물새와 주디를 같은 이유로 좋아해요. 주디는 간단한 행동밖에 못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요. 가마우지가 가마우지식으로 존재하듯 주디는 전체적으로, 완전하게 주디예요. 어릴 때처럼 커서도 어른들의 일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못하겠죠. 더 복잡한 일을 할 때가 오면 주디는 자기만의 방식을 망가뜨릴 거예요. 당신들처럼요. 유감스러운 일이죠. 그래도 걔는 주디예요. - 존 (이상한 존, Olaf Stapledon, 2008, 오멜라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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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d John, first edition, 1935
http://en.wikipedia.org/wiki/Odd_John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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