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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19 비행기 공포증 1


노다메 칸타빌레는 수십 권의 무거운 음악서보다 클래식에 관한 기본적 교양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일본의 드라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치아키는 음악적 재능은 있으나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 음악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에게 비행기 공포증은 그의 음악가로서의 생명을 가로막는 최고의 걸림돌이다. 외국 유학이 필수적인 클래식계에서 치아키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훌륭한 지휘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오스트리아 빈에 가보는 것이,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이탈리아에 가보는 것이 필수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도 유학의 강요 아닌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한번 타보지 못한 한국토박이들은 결코 자랑거리가 못된다. 취업을 하기위해서라도 자기소개서에 써 넣을 비행기 탄 경력 몇 개쯤은 가지고 있어야한다. 유학 아니면 어학연수라도 어학연수 갈 여력이 안 된다면 해외봉사나 배낭여행이라도 써 넣어야 할 것 같은 비행기 공포증에 시달려야한다.


국내에서 충족될 수 없는 욕구를 해외에서 채우려는 해외진출 붐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가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요건을 해외에 나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자기 고장의 지방대를 4년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것보다 돈만 내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의 사설학원을 수료한 것을 더 높게 치는 세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명문대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리고 비행기 탑승과 동시에 수 천만원, 수 억원에 이르는 통장잔고도 함께 하늘을 날라야한다. 공교육을 표방하면서 정작 대학입시에 필수적인 요소들은 해외를 나가야만 충족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시스템은 외화 낭비와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명문대 입학을 위해 비행기 태워 보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비행기 탑승과 함께 필요한 엄청난 금액에 멀미를 일으키기고 있다.


몇 해전 호주의 브리스번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앤이라는 브리스번 토박이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앤은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 30년 동안 브리스번이 있는 퀸슬랜드 주를 나가본 적이 없지만 4개국어를 구사하며, 당당히 호주 최고의 명문대에 입학했다. 한국의 40배나 되는 호주에서 비행기는 우리나라의 기차만큼 대중화된 교통수단이지만 그녀는 살면서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맬번대, 시드니, UQ 등 주마다 동일한 수준의 명문대가 있어, 자신의 출생지와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경험은 개인의 취향정도로만 생각하고 철저히 능력중심으로 채용을 하는 호주에서 비행기 공포증은 삶의 불편을 야기하지 않는다.


치아키와 앤. 비행기는 두 사람에게 모두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치아키에게 비행기 공포는 치명적인 불편과 차별을 일으키지만 앤에게 비행기공포증은 충분히 외면할 수 있는 증상이다. 우리나라에도 신체가 불편해서, 생활의 여유가 없어서, 필요성을 못 느껴서 비행기를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공포증이 치아키에게처럼 불편과 차별로 다가와서는 안 되지 않을까.


P.S 노다메 칸타빌레 유럽편이 나왔더라구요. 다행히 치아키 센빠이가 비행기 공포증을 치료해 유럽으로 진출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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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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