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97)
시나몬 주머니 (108)
가로질러 사유하기 (88)
Total
Today
Yesterday

'독수리 5형제 증후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1.13 독수리 5형제의 비밀 1
 

 

독수리 5형제의 비밀

 이제부터 어렸을 적 공전의 히트를 쳤던 독수리 5형제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폭로하겠다. 바로 독수리 5형제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5명의 용사들로 이루어진 독수리 5형제에서 독수리는 첫째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콘돌·백조(고니)·제비·부엉이 등 각기 다른 조류다. 더구나 구성원 중 한명은 형제로 아우를 수 없는 여성이다. 즉 독수리 5형제의 실체는 바로 조류 5남매였던 것이다. 너무도 잘난 큰 형에 밀려 나머지 4명의 남매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버렸다.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독수리 5형제 증후군은 술자리처럼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술자리에서 개인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술의 종류를 선택하고 자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의 양을 마실 수 있다. 반면 맥주라는 개인주의적인 술도 피처로 시켜 소주와 섞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돌려 마셔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술 문화다.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소주면 소주, 막걸리면 막걸리 주종부터 통일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나 선택된 주류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의 동료들에게는 연좌제가 적용되어 흑기사 흑장미로 변신해 독수리 5형제처럼 동료들을 지킬 의무까지 생긴다. 집단성, 연좌제, 과장된 형제애 등의 술자리 문화는 한국사회의 집단주의 문화의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얼마 전 수 년동안 술자리에서 술을 강요했던 상사를 어느 부하직원이 고소해 승소를 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상사가 술 좀 권했기로서니, 고소까지 하는 각박한 세상”이라며 혀를 차셨지만, 나는 이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 독수리 5형제 증후군이 술자리에서 만큼은 개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독수리가 되기를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술을 자신의 기호에 따라 즐길 권리를 빼앗겼다. 독수리 5형제에서 백조인 여성구성원은 독수리 5형제라는 집단의 이름 속에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렸다. 술보다 다과를 즐기며 우애를 돋울 수 도 있는 자매애도 있다. 소주, 막걸리 한 주종으로 통일된 술자리 문화 속에 자신의 기호를 감추어야 하는 독수리 5형제에 낀 백조 자매에게도 자신의 개성에 따라 음료를 선택할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2007.11.3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