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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3 비천한 종치기의 러브레터
 

<비천한 종치기의 사랑의 편지>


 경북 안동의 작은 마을에 비천한 교회 종치기가 살고 있었다. 19세에 폐결핵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종치기는 늙은 어미와 누이에게 짐이 될까 집을 나와 이곳에 정착했다. 얼핏 보면 걸인과 같은 행색을 하고 있는 종치기의 삶의 유일한 낙은 자신과 같은 비천한 것들을 관찰 하는 것이었다. 흰둥이가 싸고 간 똥, 늙은 소, 벙어리, 바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하찮은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종치기는 마치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종치기는 자신이 연모했던 비천한 것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한 비천한 종치기의 러브레터들. 훗날 이 수십 통의 러브레터들은 우리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동화로 탄생하게 되었다. 제1회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 <강아지 똥>, <몽실언니> 등 그의 작품에는 비천한 것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하찮은 것들에 대한 권정생의 애정은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요즘 신정아 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적절한 러브레터가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부러움을 샀던 권력과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연서가 우리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화려한 러브레터 뒤에 너무 많은 거짓들이 엮여 있었기 때문일 게다. 헛된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오고간 두 고귀한 인사들의 러브레터는 부적절한 비리청탁메일로 퇴색되었다.


몇 개월 전 비천한 종치기 작가 권정생이 하늘로 떠났다. 그는 하늘로 떠나기 전 “내가 쓴 책은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책이니 내 책에서 나오는 모든 인세는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아이들을 향한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사회의 가장 고귀한 자리에 있다고 우쭐되던 사람들이 부적절한 러브레터로 여론의 뭇매를 맡고 있는 오늘날 권정생 작가는 진정한 고귀함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비천한 종치기의 삶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너무도 고귀한 러브레터가 아니었을까.

 

 2007년 9월 하늘로 가신 권정생 선생님을 기리며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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