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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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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전 성 문화제를 준비하기위해 트랜스 젠더 이랑(가명)씨를 이태원의 클럽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녀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여자’였다. 외모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짓 성격까지도. 나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행복하세요?"라고 인사 했고, 분위기가 익자 성전환을 한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한다. "왜긴요, 가면을 벗은 것뿐인데요.. 가면을 벗어서 너무 후련하고 행복 합니다."

*Hestory

스무살까지 이랑씨는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 어려서부터 여성스러운 외모와 성격을 타고난 탓에 그는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길거리를 지날 때도 사람들은 그의 가슴을 유심히 쳐다보며 "저 여자 가슴이 없어."라고 수군거렸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랑씨는 호기심에 가발을 쓰고 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하지만 누구도 여자의 가면을 쓴 이랑씨의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랑씨는 남성이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이 가면이 아닐까 의심을 했고 수년 후 그녀는 과감히 가면을 벗었다.

*Herstory

요즘 그녀는 완벽한 가면을 쓰고 산다. 하지만 사회의 곳곳에서 그녀의 가면은 벗겨진다. 주민등록증을 내밀 때마다 들통 나는 그녀의 정체에 사람들은 경악을 하고 그녀를 위선자로 바라본다. 일반인과 섞여 살아가기 위해 그녀는 철저한 마스크가 필요하다. 그녀의 모든 것은 위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조된 herstory에 우리는 모두 속아 넘어간다. 그리고 그녀의 완벽한 가면이 벗겨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면 속 그녀의 실체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나의 가면에 부끄러움을 고하며

혼란스럽다. 완벽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가 너무도 태연하게 가면을 벗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들에게 보이는 가면이 그녀에게는 도통 보이지 안나보다. 어쩌면 이랑씨는 처음부터 그의 가면도 그녀의 가면도 쓴 적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 가면은 사회가 만들어 낸 가면 속에 갇혀 자신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면 벗기를 두려워하는 우리들이 만들어 낸 것일지도. 평생 가면 속에 갇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본적 없는 이보다 적어도 자기의 얼굴을 찾아 가면을 벗을 줄 아는 인간 이랑씨가 부럽다. 내 얼굴에 쓰여 진 것이 가면인지 의심해 볼 용기조차 없는 요즘, 그녀가 자꾸 생각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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