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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날이 있다.

그냥 무조건 나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날. 그런 날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내가 할 일들에 유예해 준다. 그리고 그런 날은 어김없이 스스로에게 감당해내기 어려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날이다.

 오늘이 그랬다. 아침부터 눈을 뜨고 싶지가 않았다. 억지로 뒤늦게 도서관을 찾았지만 책을 읽고 싶진 않았다. 처음엔 신발을 살 목적으로 나갔지만 어느새 신발은 핑계가 되고, 정처 없이 헤매다 집으로 왔다. 두 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빈둥거렸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오늘 점심을 먹지 않았다. 그냥 오늘따라 내가 지금 꼭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나는 오늘 만큼은 나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 오늘 만큼은 꼭 해야 할 일들을 할 필요 없이 그냥 좀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쉬고 있으라고...


 그런 날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은 없지만 군것질이 유난히 많은 날.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아무라도 꼭 만나야하는 날. 갈 곳은 없지만 그냥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니고 싶은 날. 우리가 제때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것들을 제때 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하다. 읽고 싶은 책이 없어도 도서관에 왔으니까 책을 읽어야 하는 것, 맘에 드는 물건이 없는데도 꼭 오늘 쇼핑을 해야 하는 것, 입맛이 없는데도 세끼를 챙겨 먹어야 하는 것.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가끔씩 부담스럽고 어색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런 날만큼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라도 내가 할 일들을 유예해 주어야한다. 이것은 스스로가 감당하기 버거운 삶의 무게를 이기는 최소한의 자기 위안이기 때문이다.

쉬운 듯 보이나 겪어 보면 너무 힘겨운 삶을 버티기 위해 적당한 마스터베이션은 필요하다.


                                                                 자기위안이 필요한 그런 날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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