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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이 <1984>라는 소설에서 경고한 정보기술 발달의 어두운 세계를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작품으로 기치 있게 맞받아친다. 빅브라더들에 의해  텔레스크린으로 24시간 통제되는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출간한 미래공상소설 <1984>. 1984년 새해 첫날 전 세계에 방영된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 공상소설에 대한 백남준 식의 반격이다. 오웰이 말했던 비극적인 미래상에 대해 백남준은 '너의 예언은 틀렸다. 안심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만끽해라'라는 의미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 프로젝트를 시도 했다고 한다.


백남준의 예언대로 조지오웰이 염려하던 빅브라더들에 의한 사회통제는 소설속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급격하게 발달한 정보산업은 빅브라더들의 권력유지 수단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만끽 할 수 있는 인간을 위한 기술로 대중화 된 듯 보여 진다. 하지만 백남준이 보지 못한 정보화 사회의 신흥권력층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small sisters'다. 스몰시스터는 수다스럽고 일상의 소소한 관심사에 참견을 가한다는 신조어로 빅브라더가 다듬어진 권력에 의해 주도되는 반면 스몰시스터는 다듬어지지 않은 권력에 의해 주도된다.


오지랖 넓어 보이는 수다스러운 여동생을 떠올리는 스몰시스터는 빅브라더에 비해 위협적이지도 않고 되려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귀여운 여동생을 사칭해 개인의 사생활을 파해치고 다니는 스몰시스터는 오늘날 빅브라더들 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수다를 위해 희생물로 바쳐져야 할 수다거리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몰시스터들은 단순한 유희를 즐기기 위한 호기심을 국민의 알권리라고 사칭하며 개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못한 여성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개똥녀 사건과 노현정아나운서의 결혼 발표와 함께 그녀의 옛 애인의 사진이 미니홈피를 떠돌아다니는 사건 등은 스몰시스터의 호기심이 국민의 알권리로 둔갑한 예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단순한 유희를 위한 스몰시스터의 호기심은 구분되어야 한다. 인터넷을 끄는 순간 잊어버릴 만한 가십거리를 알기 위해 한 개인의 삶 자체가 망가지는 세상은 조지오웰이 경고 했던 소설 <1984>의 세계와 다를 것이 없는 또 다른 디스토피아다.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사생활이 상충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하면서 까지 알아야할 권리에 대한 가치평가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알권리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이루어진 후에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개인의 사생활이 최대한 존중되는 범위에서 알려져야 할 것이다.


정보기술발달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은 정보기술발달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개인의 사생활을 묵인할 수 있다. 2007년을 사는 우리는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와 백남준씨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유토피아를 함께 보며 기술발달로 인한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로 전락하지 않도록 항시 경계해야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 이라고 외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


                                                                                        2008.2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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