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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F 2008 Campaign Poster

집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지난주 국제뉴스 핫이슈 중 하나는 독일 슈피겔이 전하는 프랑스 UNEF 포스터였다. 프랑스 최대 학생단체인 UNEF는 달랑 한장의 핑크색 포스터를 통해 '학생들을 위한 집을 지으라'는 메시지를 아찔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 찌릿함은 내게도 '집'과 독립의 조건에 대해 알록달록한 고민을 선사했다.

사실 난 군 복무기간과 몇번의 배낭여행을 제외하고는 줄곧 부모님의 집에서 살아왔다. 옆에서 지켜본 부모님의 내집마련 스토리는 가슴 찡한 한 편의 인간극장이었다. 내천의 작은 집, 임대아파트, 반지하 전세방을 지나 드디어 우리집에 이사했을 때의 그 가슴 뜨거움이란... 마라톤의 그것에 견줄 수 있을까? 그 때 내 나이 어느덧 12살이었다. 앞으로는 주택마련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알몸으로 태어난 인생, 옷 한벌만 건져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다. 글로벌 접속의 시대, 소유가 아닌 임대로 노마드 지식인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야한다 다독거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이란 하나의 개체가 군집로부터 별개의 독립된 지위를 확보하고, 그 군집의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공동체 의식을 뿌리내릴 수 있는 필요조건이 아닐까... 내겐 살아온 집과 동네에 대한 한아름의 추억이 있다. 하지만 그 집과 동네는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고, 지금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을까?  


* 화가, 음악가, 상담가인 김형태씨는 집을 우리 주위의 공간예술과 연결시키는 중요한 통로로 생각한다. 집이 단순히 먹고사는 장소가 아니라 공간예술의 전초기지라면 프랑스 대학생들이 아슬아슬한 작품을 만든 것도 '과연~'하며 납득이 된다. ㅡㅡ" 아래는 '생각은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한다(김형태, 2005, 위즈덤하우스)'에서 일부 발췌한 글이다.

기회만 되면 더 나은 곳으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 때까지 모든 공간예술과 꾸밈의 문화는 유보된다. (p.127)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은 왜 아파트를 선호하도록 줄기차게 캠페인을 벌여 왔을까? 그것 아마 국민들이 한 자리에 뿌리내리고 사는 것보다 자주 이사를 다녀야 기업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p.139)

국가와 국적이란 것이 이렇게까지 가벼워질 수 있다니. 기분이 덩실 날아오른다. 이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p.152)



* 우리 주변의 공간예술 중에서 우리네의 임시적이고 왜곡된 주택문제와 가장 어울리는 것이 '그래피티(Graffiti)' 예술이 아닐까 싶다. 그래피티는 빠르고 강렬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쉽게 덧칠되고 지워진다. 눈꽃처럼 덧없이... 아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Daisuke Yamamoto가 한 벽에서 일주일간 작업한 작품.




http://www.gofish.com/player.gfp?gfid=30-105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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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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