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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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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히려 모든 가르침과 모든 스승들을 떠나기 위해서,
  그리하여 오로지 나 혼자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렇지 못하면 죽으려고 떠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훗날 저는 자주 이날을 생각할 것입니다. " p.50

- 싯다르타 (Siddhartha, 헤르만 헤세, 2004, 문예출판사)

당신께서는 죽음에서 해탈하는 방법을 터득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독자적인 구도를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명상을 통하여, 참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각성을 통하여, 당신 자신의 독자적인 길을 걷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설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p.50


... 그는 이러한 감정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치 깊은 물속에 잠기듯이 이러한 감정의 바닥에까지, 원인(原因)이 쉬고 있는 밑바닥까지 빠져들어갔다. 원인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곧 사고(思考)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고를 통해서만 감정은 인식으로 화하며, 소멸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질적인 것이 되어 감정 속에 내재한 것을 발산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p.54

그것은 자아(自我)였다. 그 의미와 본질을 나는 알고자 했다. 그곳에서 내가 빠져나오려고 했던 것, 극복하고자 했던 것, 그것은 자아였따.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는 없었고 다만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다. 다만 그것에서 도망쳐서 그 앞에서 숨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실로 세상에서 이 자아만큼 내가 생각에 몰두하게 만든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살고 있다는 이 수수께끼... p.55


당신은 나와 같소. 당신은 대부분의 인간들과 다르오. 당신은 카마라일 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오. 당신의 마음 속에는 언제라도 그 속에 들어가 당신 자신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조용한 안식처가 있소. 그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런 사람은 별로 많지 않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말이오. p.95

... 카마라여, 대부분의 인간들은 바람에 날려 빙글 돌다가 방향을 잃고 땅바닥에 굴러떨어지는 낙엽과 같은 존재요. 하지만 드물게도 별(星)처럼 확고한 자기의 궤도를 가는 사람이 있소. 그들은 바람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내부에 그들 나름대로의 법칙과 궤도를 가지고 있소. p.95


그들은 끝이 없는 끝이 없는 유희를 하던 게 아닌가? 유희를 위하여 산다는 게 필요한 일일까? 아니다, 그것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이 유희야 말로 윤회(輪廻)다. 어린아이들의 놀음, 아마도 한 번, 두 번, 열 번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음이다 - 하지만 끊임없이 거듭 되풀이 된다면? p.108


그런데 오늘은 새롭게 들렸다. 어느덧 그는 숱한 음성들을 구별하여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우는 소리에서 기쁜 소리를, 어른의 소리에서 아이의 소리를 구별하여 들을 수가 없었다. 모든 소리는 한데 얽혀 있었다. 동경의 탄식과 지자의 웃음소리, 분노의 외침과 죽어가는 자의 신음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었고 모든 것이 뒤섞여 짜이고 맺어져 천 번 만 번 뒤얽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묶여서,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갈망, 모든 번뇌, 모든 쾌락, 모든 선과 모든 악, 이 모든 것이 합쳐서 세상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서 생성의 강이요, 삶의 음악이었다... 그 말은 완성의 뜻 "옴"이었다. p.171


독자적인 구도, 사고, 자아, 조용한 안식처, 자기의 궤도...

<싯다르타> 책 곳곳에 퍼즐 조각이 숨겨져 있다. 그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다 보면 만나게 된다. 우리가 원칙이라고 믿고 따라온 수많은 가르침들 사이에 두고 온, 결코 이해할 수 없었고, 결코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우리 자신들의 그 무언가를.

각각의 퍼즐 조각에 자신만의 답을 대입할 수 있다면 다시 자기의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조용한 안식처와 함께.

모처럼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고전을 만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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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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