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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평소보다 좀더 멍하다. 아마 연이은 숙취가 풀리지 않는 탓도 있고, 낯설기만한 PM 역할이기도 할테고, 뿌연 하늘과 유리창을 치는 빗소리, 차가운 습기 때문이기도 할테다.

내게 토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내 방식대로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주말의 첫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을 한 주의 첫 날로 셋팅한다. 스르륵 일어나서 맘껏 반나절을 요리해버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은 Big Think를 새롭게 알게 되고, The Economist의 2010 달력을 멍하니 한참을 감상했다.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스타벅스와 코스트코 사례였다. 자신만의 정취를 읽고 점점 상업화되어가는 스타벅스와 따끔하게 경각심을 일깨운 뉴욕타임스, 이들의 건강한 문화 생태계가 보기 좋았다. 대중성과 시의성에 편승하지 않고 숨겨진 보석같은 책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코스트코의 정신도 훌륭했다.

문화를 딱히 정의내릴 순 없겠지만 이들은 모두 '지켜야할 소중한 그 무엇'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소중한 그 무엇'이란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좋아하는' 기호나 취향. 자신만의 어떤 원칙과 자세. 그저 새롭고 기록적인 숫자나 주위 평가들로 좌우되지 않는, 엉덩이 무겁고 고집스러우며, 조금은 촌스러울 수 있는 멋스러운 색깔과 향기.

내가 토요일을 일주일의 여섯번째 날로 살아가지 않듯, 누군가는 무지개의 여덟번째 색을 좋아하듯, 우리에겐 상대를, 차이를 받아들이는 '문화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멋스러움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이름을 만들어가는 작업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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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유병률. 2008. 웅진윙스

[비틀거리는 스타벅스 신화]
<뉴욕타임스> 역시 그냥 신문장사를 해서 세계 최고의 신문이 된 게 아닙니다. 세계적인 뉴스를 권위 있는 분석으로 다뤄온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욕의 문화를 속속들이 소개하고 만들고 선도해왔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없는 뉴욕 문화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정체성을 파는' 신문인 것입니다. 뉴욕의 문화를 파는 신문이 '스타벅스'라는 뉴욕의 문화상징이 상업성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대해 광분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그냥 신문장사를 하는 신문이 돼버리지 않겠습니까? p.75

- Curing What Ails Starbucks (NYT, by JOE NOCERA, 2008.1.12.)

['문화'를 진열해 놓은 할인점, 코스트코]
코스트코의 책장사는 미국의 유명인사들도 불러내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빈센트 팍스 전 멕시코 대통령도 할인점 카트로 붐비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책 사인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가 아니라, 그냥 묻힐뻔한 훌륭한 책들, 알고 보면 서재에 꼭 소장해두고 싶은 귀한 책들을 바이어들이 고르고 골라내는 노력과 감각이 전직 대통령들까지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p.86


[프리에이전트]
자기만의 연구실을 가져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웹 2.0 시대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그리고 미치도록 몰입해서 파고들 수 있는 자기만의 여유로운 밥벌이를 찾아보십시오. p.158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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