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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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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 <인연> 피천득, 1996, 샘터


'나는 말주변이 없어'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둔한 사람이다'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요,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그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 방식에 있다.


나도 한 때는 백화나무를 타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꿈꿀 때가 있습니다.
내가 심려心慮에 지쳤을 때
그리고 인생이 길없는 숲속과 너무나 같을 때 얼굴이
달고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간지러울 때 내 눈 하나가
작은 나무 가지에 스쳐 눈물이 흐를 때
나는 잠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새 시작을
하고 싶습니다
운명이 나를 잘못 이해하고
반만 내 원願을 들어주어
나를 데려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 <자작나무> 中, 로버트 프로스트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 나를 풍유하게 하여 준다. 구름과 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눈, 비, 바람, 가지가지의 자연현상을 허술하게 놓쳐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여 준다. 도연명을 읽은 뒤에 국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워즈워스의 시를 왼 뒤에 수선화를 더 아끼게 되었다. 운곡의 <눈 맞아 휘어진 대>를 알기에 대나무를 다시 보게 되고, 백화나무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은 시인 프로스트를 알 후부터이다.



知에 대한 책임과 그것들과의 가볍고도 깊은 조우. 엄마를 사랑하고 딸을 키우는 그.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아들이고 싶다는 그.  인과와 인연으로 하나하나 실타래를 만들어 가는 인생선배 피천득을 만났다. 그 밖에도 피천득을 통해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도산, 치웅, 프로스트, 테니슨, 키이츠...

2000. 12. 11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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