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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아름다와.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에..."
...
"사막은 아름다와"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어린왕자가 말했다.

                                                                - <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 생 텍쥐베리, 1973, 문예출판사, 전성자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되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는 되뇌었다.


하늘을 바라보라. 생각해 보라.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 마리 양이 한 송이 장미꽃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천지가 온통 뒤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걸 어른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2001. 4. 1




피천득의 인연과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는 닮았다. 둘다 인연과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피천득은 뜨개질로 인연을 이야기하고, 어린왕자는 길들이기로 얘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관계이건 그것이 시작되면 우리에겐 그것을 지속시킬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예전의 나는 모든 관계에 책임감을 느끼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알게되었다. 책임이라는 것의 무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무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시간의 흐름속에 나아가고, 변화한다. 관계의 실타래는 갈래갈래 늘어나기도 하고, 어쩔도리 없이 끊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 예고 없는 상실이 찾아왔다고 그 자리에 망연자실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전진이다. 일단 가보는 거다. 한 쪽 눈에 어린왕자의 애정을 담고서.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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