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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똑 같은 1이다>-시대정신에 대하여 


 1/4+1/4+1/4+1/8+1/8 의 정답은 무엇일까? 이문제의 답은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다. 타이거 우즈의 몸에는 5가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는 4분의 1은 태국인, 4분의 1은 중국인 4분의 1은 흑인 8분의 1은 미국인 8분의 1은 아메리카 인디언이다. 인종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타이거 우즈이지만 미국인들은 그를 성공한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타이거 우즈와 같은 혼혈인들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능력만 있다면 어떠한 인종도 성공한 미국인으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타이거 우즈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아마 골프채를 잡아보기는커녕 골프장 수준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캐디조차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5년동안 우리사회 국제결혼 비율은 10%이상 증가하였으며, 특히 2003년 이후 해마다 1만 건 이상 늘어나면서 그 증가 추세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8쌍중 2쌍이, 특히 농어촌에서는 10쌍중 4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이제 다문화 다민족 가족은 우리사회에서 무시해서는 안 될 중요한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하고, 세계화로 인해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은 ‘퓨전’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순혈주의를 강조하며 다른 피가 섞인 이들을 이물질로 치부하고 있다. 민족적 문화적 혼합률은 높아지는데 용해시킬 노력은 하지 않으니 이들의 존재는 한국에서 불순물로 치부되고 있다. 2004년 국가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거주 혼혈인의 42%가 교육, 고용, 혼인에 있어서 지속적인 차별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사회 는 편협한 순혈주의를 버리고 결혼이민자 자녀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을 해소해야한다. 온전한 한국인과 반쪽 한국인을 구분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도록 우리와 동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미국의 오바마 의원등 수많은 혼혈인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퓨전을 위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1+0,1/2+1/2,1/3+1/3+1/3 의 답은 모두 1이다. 분모와 분자의 비율, 몇 개의 숫자가 합쳐졌든지 간에 모두 같은 답으로 인정받는 사회에서 퓨전 정신은 올바로 꽃 피울 수 있다. 우리는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계- 외국인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정작 우리가 감싸 안아야 할 우리사회의 외국계-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제 같은 피를 나눈 한국인들에게만 연연했던 우리의 정을 문화적 피를 함께 한 이들에게도 나눠주어야한다. 우리는 퓨전이라는 시대정신을 통해 섞인 것이 아름다운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1이다.

                                                                                 2007.6.20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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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를 넘어서>

“정치는 국가의 조형예술이다.” 라는 나치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의 말처럼 전체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종종예술이 된다. 매스게임은 통일성이 극대화된 정치예술이다. 독재권력의 찬양이라는 명목 하에 수 백명의 사람들의 동작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모습은 사라진다. 하지만 북한의 메스게임을 다룬 다니엘 고든 감독의 ‘어떤나라’ 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디에서도 독재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 체제를 그린 여느 작품과 달리 ‘어떤나라’ 에는 북한체제가 사라진 북한 사람이 있다. 고든은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여중생 현순이와 송연이를 통해 북한사람에게 메스게임이 주는 의미를 재조명해주었다.


 우리에겐 북한의 매스게임의 통일된 목적과 통일된 동작만 보이지만, 그 통일성을 만드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메스게임은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집단체조는 누구에게는 고도의 종합예술이요, 누구에겐 꿈이요, 누구에겐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의 축이라는 어떤 나라식의 추상화된 개념으로 북한을 인식하려는 사람들에게 매스게임은 독재권력의 찬양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국인 고든 감독은 정치적 편견을 벗어버리고 북한 인들이 느끼는 종합예술로서의 집단체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11차례 북한을 방문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어떤나라”라는 다큐는 북한을 다룬 그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으로 북한사회를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게 된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듣고 자라났다. 50여년 간 통일을 위해 다양한 남북교류 활동이 이루어졌건만, 노력에 비해 남북교류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악의축, 독재정권, 핵 보유국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잘 투영되어 있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체제를 통합적으로 뭉뚱그려 놓고, 그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개인의 모습을 소멸 시켜버렸다. 기존에 형성된 통일된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며 북한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게을리 했다.


곧 성사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북한을 바라보는 통일된 눈 부터 분열시켜야한다. 다양한 시각에서 북한체제가 아닌 북한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며 민간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다니엘 고든 감독이 북한 사회를 ‘어떤나라’를 넘어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을 바라보던 국제사회의 통일된 관점을 탈피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있어야 하네” 라고 하는 서정주 시인의 ‘견우의 노래’ 처럼 우리들의 통일이 있기 위해서는 북한을 보는 관점에도 분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07.8월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떠들썩했을 때 즈음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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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5형제의 비밀

 이제부터 어렸을 적 공전의 히트를 쳤던 독수리 5형제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폭로하겠다. 바로 독수리 5형제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5명의 용사들로 이루어진 독수리 5형제에서 독수리는 첫째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콘돌·백조(고니)·제비·부엉이 등 각기 다른 조류다. 더구나 구성원 중 한명은 형제로 아우를 수 없는 여성이다. 즉 독수리 5형제의 실체는 바로 조류 5남매였던 것이다. 너무도 잘난 큰 형에 밀려 나머지 4명의 남매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버렸다.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독수리 5형제 증후군은 술자리처럼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술자리에서 개인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술의 종류를 선택하고 자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의 양을 마실 수 있다. 반면 맥주라는 개인주의적인 술도 피처로 시켜 소주와 섞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돌려 마셔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술 문화다.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소주면 소주, 막걸리면 막걸리 주종부터 통일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나 선택된 주류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의 동료들에게는 연좌제가 적용되어 흑기사 흑장미로 변신해 독수리 5형제처럼 동료들을 지킬 의무까지 생긴다. 집단성, 연좌제, 과장된 형제애 등의 술자리 문화는 한국사회의 집단주의 문화의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얼마 전 수 년동안 술자리에서 술을 강요했던 상사를 어느 부하직원이 고소해 승소를 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상사가 술 좀 권했기로서니, 고소까지 하는 각박한 세상”이라며 혀를 차셨지만, 나는 이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 독수리 5형제 증후군이 술자리에서 만큼은 개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독수리가 되기를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술을 자신의 기호에 따라 즐길 권리를 빼앗겼다. 독수리 5형제에서 백조인 여성구성원은 독수리 5형제라는 집단의 이름 속에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렸다. 술보다 다과를 즐기며 우애를 돋울 수 도 있는 자매애도 있다. 소주, 막걸리 한 주종으로 통일된 술자리 문화 속에 자신의 기호를 감추어야 하는 독수리 5형제에 낀 백조 자매에게도 자신의 개성에 따라 음료를 선택할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2007.11.3 written by 따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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