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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잡아먹는 것이 옳은 일인가?”

……

날씨도 좋고, 달도 밝다.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물어야겠다.

옛날부터 그랬다면, 그럼 옳은 일인가?”

……

나도 무의식 중에 내 누이동생의 고기를 몇 점 먹었는지 모르는 것인데,

이제는 내 차례가 된 것이다. ……

사천 년의 식인의 이력을 가진 나는,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알겠다,

진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사람을 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

(Q정전 광인일기)

 

 


오랜 식인전통.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아이가 어른이 되어 또다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당연하게 이어온 생활. 어떤 의문 조차 던질 수 없는 어린 시절, 집단의 경험과 성장의 풍경으로 체득되어 온 의식들은 과연 옳은 것인가?

 

광인일기 속의 그는 결국 끝내 진짜 사람으로 남아있지 못 했다. 문제의식이 자라나기 시작할 때, ‘진짜 인간을 자각하고 그 모습을 구하려 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모든 것은 그 이전에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결정되어 버렸으니뒤늦은 자각은 도리어 또 하나의 광인만을 만들고 만다. 전통에 먹히느냐 광인인 채로 살아가느냐일기는 두 권으로 끝이 나고 결국 그는 전통에 먹히고 만다.

 

루쉰이 전통에 정면으로 던진 문제의식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게도 유효하다. 관혼상제는 늘 목에 가시처럼 성가시면서도, 어찌 하지 못하고, 끝내 가만히 끄덕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집단의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어가야 하는 것은 선조들이 고민하고 발전시킨 전통 속에 담긴 정신과 가치이지 그 형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문 없이 물려받은 전통 유산, 의식, 심지어는 기억까지도 스스로 새롭게 되물을 수 있어야 한다.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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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ly Thing We Require To Be Good Philosophers Is The Faculty Of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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