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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아버지의 퇴직을 지켜보며 35년 이상 한 길을 걸어온 한 남자의 전문성과 연륜은 과연 어떤 새 길을 만들어 갈지 궁금했습니다.

퇴직후 몇 달간 아버지는 해방감과 자유로움보다는 뜻모를 상실감과 외로움을 겪어야 했고, 그런 감정들은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되어 하나둘 축적됐습니다.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는 전문성을 되살리는 길보다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을 살려 멋스럽고 행복한 취미로 하루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 길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이지만 그런 길을 발견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개인의 행운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직 30년은 더 달려나가야 할 저로써는 업계 대선배들의 행보가 늘 흥미진진 합니다. 올해처럼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이 본격화되는 시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제조업이나 전통산업과 같은 분야에서의 선배들의 노하우와 경험도 그렇습니다만, 저로써는 아직도 한참을 성장해야할 지식서비스 산업에서의 선배들의 경험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이런 관심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점차 기업 차원의 고민으로 확산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The Economist는 <은빛 쓰나미 The silver tsunami>라는 칼럼을 통해 선진국 노동력의 고령화와 이에 대한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의 기업들은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노동력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한 예로 불과 2년 내에 미국 근로자의 약 1/3이 50대 이상이 될 거라는 전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미국은 젊은 편에 속하며 일본이나 독일은 더 할 거라는 쓴 웃음도 함께요.

그럼 노동력의 고령화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은퇴'밖에 없는 걸까요? 저출산 문제는 미궁 속에 있으며, 이민조건은 더 까다로워지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당장 새로운 노동력을 구할 수 없다면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The Economist는 경력에 대한 기본 관념이 재고되야 한다고 일침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간에 근거한 나이와 임금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이와 임금이 연결되어 있어 경력이 쌓일 수록 임금은 한없이 올라가고 반대로 설비는 노화되고 있어 생산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기업은 45세 이상의 직원들을 채용하기도 하며, 어떤 기업은 성수기에 직원들을 고용했다가 비수기에 휴가를 주는 등 강약을 조절하는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임금피크제, 교대제 등 다양한 제도들이 솔루션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모두 노동력과 임금에 대한 적절한 수준에서의 고민이 담긴 해법들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 이에 앞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니즈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떨칠 수 없습니다. 임금이란 건 높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집을 얻고, 자녀 교육을 마친 다음에는 모두의 임금이 한없이 올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금은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라이프사이클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오히려 임금을 대체해 라이프 사이클이 완성된 고령화된 직원들의 새로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보상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는 어떤 형태이건간에 '교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Companies will have no choice but to face the difficult problem of managing older workers. How do you encourage older people to adapt to new practices and technologies? How do they get senior people to take orders from young whippersnappers? Happily a few companies have started to think seriously about these problems—and generate insights that their more stick-in-the-mud peers can imitate. The leaders in this area are retail companies. Asda, a subsidiary of the equally gerontophile Wal-Mart, is Britain’s biggest employer of over-50s. Netto, a Danish supermarket group, has experimented with shops that employ only people aged 45 and over.
...

Some companies, particularly in energy and engineering, are also realising that they could face a debilitating loss of skills when the baby-boomers retire en masse. Bosch asks all retirees to sit down for a formal interview in an attempt to “capture” their wisdom for younger workers. Construction companies such as Sweden’s Elmhults Konstruktions and the Netherlands’ Hazenberg Bouw have introduced mentoring systems that encourage prospective retirees to train their replacements.
...

Companies will have to do more than this if they are to survive the silver tsunami. They will have to rethink the traditional model of the career. This will mean breaking the time-honoured link between age and pay—a link which ensures that workers get ever more expensive even as their faculties decline. It will also mean treating retirement as a phased process rather than a sudden event marked by a sentimental speech and a carriage clock.

There are signs that this is beginning to happen. A few firms have introduced formal programmes of “phased retirement”, though they usually single out white-collar workers for the privilege. Some, notably consultancies and energy companies, have developed pools of retired or semi-retired workers who can be called upon to work on individual projects. Asda allows employees to work only during busy periods or take several months off in winter (a perk dubbed “Benidorm leave”). Abbott Laboratories, a large American health-care company, allows veteran staff to work for four days a week or take up to 25 extra days of holiday a year.
...

"The silver tsunami", The Economist, 2010.2.4
http://www.economist.com/businessfinance/displaystory.cfm?story_id=15450864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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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간에도 궁합이란게 있는 듯 하다.

아무리 출중한 사람도 시대를 만나지 못하면 이름을 얻을 수 없듯이
작은 발견과 깨달음도 그에 적합한 시간대가 있는 듯 하다. 마치 오늘처럼.

올해로 블로그도 3년째에 접어들었다.
첫 해에는 주제와 콘텐츠로 끙끙거리고, 다음 해는 네트워킹과 캐릭터로 고민했었다.
그렇게 세번째 해에 접어드니 블로그란 결국 일기가 아닌가...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누구나 '어떤 발견'을 통해 글을 쓴다.
그것은 지식이나 기회일 수도 있고 추억과 감정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발견을 서랍속에 가두지 않고 함께 나누기 위해, 혹은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블로그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러 종류의 글쓰기가 있다,
일상의 발견과 감정의 흐름을 위한 수필.
약간의 경험과 작은 바람을 버무린 소설.
이런저런 길 위의 만남과 이야기를 담은 기행문.
새로운 성장과 변화로 안내하는 기획안.
사회와 국가의 원칙에 질문하는 기사.

이 모든 글이 동시에 '나'이기도 하다.


- 뜬금없이 6시에 눈뜬 어느 Bonus Day에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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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평소보다 좀더 멍하다. 아마 연이은 숙취가 풀리지 않는 탓도 있고, 낯설기만한 PM 역할이기도 할테고, 뿌연 하늘과 유리창을 치는 빗소리, 차가운 습기 때문이기도 할테다.

내게 토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내 방식대로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는 주말의 첫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을 한 주의 첫 날로 셋팅한다. 스르륵 일어나서 맘껏 반나절을 요리해버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은 Big Think를 새롭게 알게 되고, The Economist의 2010 달력을 멍하니 한참을 감상했다.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스타벅스와 코스트코 사례였다. 자신만의 정취를 읽고 점점 상업화되어가는 스타벅스와 따끔하게 경각심을 일깨운 뉴욕타임스, 이들의 건강한 문화 생태계가 보기 좋았다. 대중성과 시의성에 편승하지 않고 숨겨진 보석같은 책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코스트코의 정신도 훌륭했다.

문화를 딱히 정의내릴 순 없겠지만 이들은 모두 '지켜야할 소중한 그 무엇'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소중한 그 무엇'이란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좋아하는' 기호나 취향. 자신만의 어떤 원칙과 자세. 그저 새롭고 기록적인 숫자나 주위 평가들로 좌우되지 않는, 엉덩이 무겁고 고집스러우며, 조금은 촌스러울 수 있는 멋스러운 색깔과 향기.

내가 토요일을 일주일의 여섯번째 날로 살아가지 않듯, 누군가는 무지개의 여덟번째 색을 좋아하듯, 우리에겐 상대를, 차이를 받아들이는 '문화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멋스러움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이름을 만들어가는 작업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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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유병률. 2008. 웅진윙스

[비틀거리는 스타벅스 신화]
<뉴욕타임스> 역시 그냥 신문장사를 해서 세계 최고의 신문이 된 게 아닙니다. 세계적인 뉴스를 권위 있는 분석으로 다뤄온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욕의 문화를 속속들이 소개하고 만들고 선도해왔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없는 뉴욕 문화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정체성을 파는' 신문인 것입니다. 뉴욕의 문화를 파는 신문이 '스타벅스'라는 뉴욕의 문화상징이 상업성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대해 광분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그냥 신문장사를 하는 신문이 돼버리지 않겠습니까? p.75

- Curing What Ails Starbucks (NYT, by JOE NOCERA, 2008.1.12.)

['문화'를 진열해 놓은 할인점, 코스트코]
코스트코의 책장사는 미국의 유명인사들도 불러내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빈센트 팍스 전 멕시코 대통령도 할인점 카트로 붐비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책 사인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가 아니라, 그냥 묻힐뻔한 훌륭한 책들, 알고 보면 서재에 꼭 소장해두고 싶은 귀한 책들을 바이어들이 고르고 골라내는 노력과 감각이 전직 대통령들까지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p.86


[프리에이전트]
자기만의 연구실을 가져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웹 2.0 시대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그리고 미치도록 몰입해서 파고들 수 있는 자기만의 여유로운 밥벌이를 찾아보십시오. p.158

Posted by 고래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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