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영감, 약속, 만남, 여행... 고래의뇌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97)
시나몬 주머니 (108)
가로질러 사유하기 (88)
Total
Today
Yesterday
'사회적기업'은 유누스 총재와 그라민은행의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우리에게도 꽤 친근한 개념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노동부가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고, 경향신문, 한겨레, 머니투데이 등 진보적인 매체들이 앞다퉈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해 점점 적극적인 지원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이 이렇게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것은 물론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그들의 눈부신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의 작은 승리를 하나의 신화, 새로운 조류로 만들어 낸 것은 세계적인 사회적기업 재단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획기적인 Uncommon Heroes 시리즈를 만들어 낸 스콜 재단(Skoll Foundation), 다보스 포럼에서 사회적기업의 존재 의의를 재정립한 슈바프 재단(Schwab Foundation)... 모두 기라성 같은 사회적기업 재단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있다면 단연 아쇼카 재단(Ashoka,
www.ashoka.org) 이다.

처음 아쇼카재단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기억한다. 인도, 방글라데시, 멕시코, 브라질, 중동, 아프리카 대륙 등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점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선으로 연결되더니 순식간에 하나의 면으로 완성되는 듯한... 그 너비와 속도, 그리고 밝기에 나는 마치 처음 불꽃놀이를 바라보듯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아쇼카를 이끌어 가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아쇼카와 같은 곳에는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다분히 충동적인 나는 당장 아쇼카에 이력서를 내기라도 할 듯이 아쇼카의 채용조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쇼카의 채용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1. Have you launched and sustained innovative ideas for social change in your school/college/workplace?

2. What is your vision for change in your field of interest?


긴 시간이 흐르고, 난 여전히 한 줄의 답변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질문은 피해가는 게 상책인데... 마치 되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의 끝내지 못한 마지막 여름방학 숙제처럼 그렇게 계속 마음 속에 껌처럼 달라붙어 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인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실마리라도 찾아나서기로 했다. 그 실마리는 어쩌면 역대 아쇼카재단 펠로우(Ashoka Fellow)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www.ashoka.org
Posted by 고래의뇌
, |

젠장,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The West Wing, 1999)이 특별해졌다.

사실 처음 웨스트 윙을 볼 때만해도 각각의 정치경제 이슈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미국 백악관 보좌관들의 퍼즐 게임들이 흥미진진한 정도였다. 때때로 흥미를 넘어 짜릿한 지적 활력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 수준이었다. 시즌 1 얼렁 보고 얼렁 심슨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던 것이 그만...

문제의 시즌1-에피소드11 'Lord John Marbury'. 언론 컨설턴트 맨디는 야당인 공화당 의원을 고객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보차장 샘 시본의 협력을 구한다. 샘은 공보수석 토비 지글러, 비서실 차장 조쉬 라이먼에게 차례차례 접근해 맨디의 고민에 대해 운을 띄운다. 그러다 비서실장 리오 멕게리의 병력이 공론화된다. 가장 믿고 따르는 상사에게 위험이 닥친 것이다. 같은 날, 샘을 다그치는 맨디에게 샘은 단호하게 말한다.

"맨디, 당신의 역할은 양당화합을 이끌어 내는게 아니야. 싸워 이기는거지!!"

아직도 나는 이유없이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양당정치 시스템 하에서는 오른 다리(민주당)와 왼 다리(공화당)가 한걸음 한걸음씩 나가야 진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샘은 고맙게도 내게 그 점을 분명하게 해줬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분명히 해야하는 때가 온다. 웨스트 윙은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Episode 11 - Lord John Marbury]

Mandy: Did you talk to him?

Sam:    It’s a bad idea, Mandy.
Mandy: Did you tell him about… ?
Sam:    No.
Mandy: You’re the champion of bipartisan cooperation.
Sam:    Leo is in trouble. You’re a consultant. Your job isn’t to end the fight. 
              It’s to win it. You can work for us or for them, but you can’t do both.


 

Sam Seaborn(Deputy Communications Director)
Mandy Hampton(Media Consultant)

 
[이전 이야기]

Mandy: I was hoping you’d help smooth the way.
              He’s moderate, He’s good on education and good on women’s rights.

Sam:    Josh and Toby are just as committed.
Mandy: Not lately.
......
Sam:    I admire your pluck.
Mandy: What part of me do you admire?
Sam:    Your pluck. Your gumption.
......
Mandy: We’ll be even. I’ll do this and many more favors, and we’ll be even.
Sam:    Thank you.

Posted by 고래의뇌
, |

사회적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 - Web 2.0

최근 스콜 재단(Skoll Foundation) 뉴스레터에서 NEWSWEEK의 'Power To The Bottom' 기사를 소개했다. (
'Power To The Bottom', NEWSWEEK 9/6)

기본적으로 사회적기업은 빈곤, 질병, 인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지역적 특수성과 물리적 한계로 인해 아이디어의 확산은 종종 저지된다. 그런데 오픈소스에 근거한 웹 2.0(Web2.0)이 강력한 지원군으로 등장하면서 지역적,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회적기업가들을 협업(Collaboration)의 세계로 초청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NEWSWEEK는 이런 Web 2.0을 주저없이 사회적기업의 'Soulmate'로 표현했다. 


"당신은 개발도상국의 기업가에게 대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Soulmate Web 2.0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대표주자 KIVA(
www.kiva.org). KIVA는 대출자가 개도국의 기업가에게 투자한다는 환상적인 컨셉을 적극 활용한다. 등록을 하고 어느나라의 어떤 사업가에게 대출을 할까 둘러보면서 환상은 시작된다. 재밌는 것은 신뢰성을 획득하기 KIVA의 노력이 곳곳에 묻어 있다는 점. 기업가 사진을 통해 이 사람이 처한 상황과 사업방향에 대한 신뢰의 기반을 닦고, 환급 진행 정도는 막대그래프(%)를 통해 모두가 볼 수 있게 한다. 대출자뿐만이 아니라 딴 나라의 경쟁 기업가들까지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KIVA의 또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Lender Messages를 통해 대출자들간의 소통과 커뮤니티 구축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 좀더 대출이나 활동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Lending Team도 만들 수 있다. 팀을 하나 둘 살펴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팀은 기본적으로 지역이나 조직을 중심으로 하지만 부분부분 홍보성 짙은 팀도 있다. 예를들어 Team Obama 같은 경우는 2008년 9월 4일에 만들어져서 385명이 가입해서 벌써 $13,375을 빌려줬다. 비록 Team McCain 보다 하루 늦게 만들어졌지만 가입자수, 대출금 수 모두 10배가 넘는다. 역시 Fundraising의 귀재 Team Obama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아라, 찍어라, 바꿔라!"

Web 2.0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PDA나 캠코더를 이용한 기발한 접근도 있다.
(보노보 혁명, 유병선, 2007, 부키)

브라질의 Mobile Metrix는 PDA를 활용해 호적도, 주민등록도 없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낸다. 사회적기업가 Melanie Edwards의 문제의식은 명료하다. "공적관리 밖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 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

Mobile Metrix는 브라질 현지 젊은이를 '모바일 에이전트'로 고용한다. 모바일 에이전트가 찾아낸 데이터는 브라질 정부에 유료로 제공한다. 정부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좀더 촘촘한 복지서비스를 개발한다. 초기 Melanie Edwards의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과 브라질 청년들의 마약 거래 근절을 목표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브라질 청년들은 '모바일 에이전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미래가 첨단 기술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국제인권단체 WITNESS는 캠코더를 이용해 인권유린 현장을 고발한다. 세계 60개 나라의 인권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자료를 퍼트린다. 동영상 자료는 시민 대상 인권의식 교육용으로도 활용되고, 법정 증거자료로 제출되기도 한다. 때로는 언론의 영상 고발 자료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Posted by 고래의뇌
, |
1. 은빛 대성당 '구겐하임 미술관'을 입다. - 스페인 빌바오

1980년대 후반.
바스크 정부는 구 산업의 쇠퇴로 몰락하는 도시경제 재건을 위해 문화와 관광산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1991년.
바스크 정부는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에 바스크 정부의 도시재건을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당시 구겐하임 미술관은 글로벌 마케팅 일환으로 유럽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협상 끝에 미술관 건설비의 대부분을 바스크 정부와 지역단체들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성공한다.

1997년.
미술관은 마을 분위기를 휘어잡던 중세의 대성당처럼, 빌바오의 랜드마크이자 도시를 밝히는 20세기의 사원이 되었다. 마치 거대한 조각과도 같이.

                                              - 공익비즈니스, 2007, 구본형 외, 세종연구원, p.239

흔히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만으로 재건에 성공한 도시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를 위한 빌바오의 노력은 실로 눈부시다.

미술관 개관 이전에 이미 지하철을 개통하고, 빌바오 공항을 건설하고 항구를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수변지구 재개발, 산책로 조성, 쉐라톤 빌바오 호텔 오픈, '컨벤션과 음악 궁전' 건립 등을 통해 구겐하임이 빌바오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세계가 빌바오를 찬양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Bilbao Metropoli 30와 Bilbao Ria 2000가 있었다.

■ Bilbao Metropoli 30 (
www.bm30.es)
빌바오 재건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것은 Bilbao Metropoli 30. Bilbao Metropoli 30는 130여개 공공기간, 민간기업, 80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포함한 도시 재건 플랜 밑그림을 그렸다.

Bilbao Metropoli 30의 업적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2000년, 야심차게 'Reflections on Strategy, Bilbao 2010' 전략을 수립하고 스스로 또다른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EU 네트워크 도시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도시 포럼(Urban Forum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개최하고, 2001년부터 빌바오 사례를 '전략적 도시 관리(Strategic Management of Cities)'라는 제목의 온오프라인 강좌 및 워크샵 형식으로 끊임없이 재해석, 재생산하고 있다.

■ Bilbao Ria 2000 (
www.bilbaoria2000.org)
Bilbao Ria 2000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0% 공동출자한 빌바오 재건 실행조직이다.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상업시설이나 주택단지로 개발하고 분양해 수익 창출한 뒤 이를 다시 재건에 재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Bilbao Ria 2000는 6개월마다 'Magazine BILBAO Ría 2000'잡지를, 그리고 매년 Annual Report를 발행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잠든 나무의 신화를 일깨우다. - 일본 이즈모

목조 교실.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을 모두 목조 교실로 만들자. 8천만엔을 낭비해서 어린이들이 더 바르게 자라날 수 있다면 나는 이런 낭비야 말로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즈모 돔.
이즈모시 발족 50주년 기념으로 사계절 내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돔을 만들자. 개관 테이프는 장관, 국회의원이 아닌 어린이들이. 이즈모 돔 개막경기는 유서 깊은 와세다-게이오 대학 럭비경기를...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하는 것은 어떨까.

나무의사 제도.
농립고등학교, 전직교사와 수목 육성 및 손질에 익숙한 사람을 모집하자. 이들에게 나무의사 자격증과 마크를 수여하고 '나무의사 센터'를 열자. 전화 한 통이면 출동부터 진찰까지 한번에 끝내는.

나무 노트.
이즈모시 대표나무 47개 수종을 그림과 설명하는 나무 노트를 제작하자.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전원에게 배포. 나무들에 색칠하고 어디서 발견하는지 여름방학 숙제로 내는건 어떨까.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재활용품 스테이션, 주유소!
매주 목요일마다. 1년만에 1만 1천 그루의 나무를 베어야 얻을 수 있는 종이를 수거하다.

- 공익비즈니스, 2007, 구본형 외, 세종연구원, p.254

이와쿠니 데쓴도 이즈모 시장은 이즈모를 '신화와 나무의 도시'로 재건했다. 그가 이즈모의 가능성을 밖에서 찾지 않았다. 오히려 경계인의 시야로 이즈모를 관찰하고 아래와 같은 3가지 강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즈모는 안으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1. 일본문화와 외국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무와 종이의 문화라고 하는 사실이다.
2. 도쿄에서가 아니라 이즈모 같은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나무의 호사스러움이다.
3. 나는 이즈모는 모든 낙조를 볼 수 있는 고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고래의뇌
, |
1. 존의 '발견' - "발명이 아니라 발견을 할 거예요." p.123

남다른 정신, 남다른 능력에도 불구하고 존은 '호모 사피언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그 스스로 하나의 종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만들지 않고 우주의 원리와 운동을 찬양하며 신 아래 위치한다. 독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공동체를 만들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지 않는다. 이미 존에게는 국가란 필요에 따른 증오의 종교에 불과할 뿐이니까.

존에게 '공동체'는 목적은 아니었다. 공동체 역시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였다. 그것을 위해 협력하고 한 단계 새로운 차원으로 정신을 발전시킬 동료들이 필요했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시간, 공간 차원의 독립이 필요조건으로 갖춰져야 했다. 그리고 그가 발견하려한 것은 존재론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인간형'이었다.

하지만 신이나 외계 손님조차도 번거로워할거라 했던 그런 일을 왜 존은 죽음에 뛰어들면서까지 찾아나선 것일까? 어쩌면 존은 이해불가한 비상식적인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 이전에 지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존이야말로 인간보다 더 인간다웠던게 아닐까?

나처럼 독특한 존재는 이 행성의 '영혼을 발전시킬' 사명감이 있다. 내 머릿속에는 그런 말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아직 초기라 '영혼'과 '발전'이 뭘 뜻하는지 잘 몰랐어요. 평범한 종들을 돌보면서 최고의 자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더 나은 인간형을 수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사명의 실질적인 부분이라는 걸 알았어요. - 존 (이상한 존, Olaf Stapledon, 2008, 오멜라스, p.61)


2. 로의 '태도' - "내가 살던 곳에는 제인 오스틴 같은 사람은 없었어." p.211

존과 로가 함께 그리고 각각 언급한 '활기찬'은 전형적인 인간다움의 미덕이다. 공동체 삶 속에서 이런 모습을 종종 발견된다. 텔레파시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함에도 굳이 인간의 언어로 소리내 주고 받고, 충분한 먹거리가 있음에도 마치 '운동하듯'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로의 말처럼 단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과도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동체에 불어넣는다. '활기'란 것을.

이로 인해 양립불가능할 수도 있는 각자의 남다른 능력과 정신력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는 견딜만한 곳 이상으로 만들어져 간다. 그들이 추구한 깊은 지적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은 존의 힌트에 따르면 별이 흐르고, 태양과 달이 기울고, 구름과 바람이 일고 흩어지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었을까.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적용하는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우주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깨닫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살던 곳에는 제인 오스틴 같은 사람이 없었어. 하지만 내 안에는 그 비슷한게 있어. 이 옛날 책들을 읽으면 나 자신을 아는 데에 도움이 돼... 물론 우리의 정신은 제인 오스틴보다 훨씬 월등하지. 하지만 그 태도는 우리에게 적용가능해. 자신의 조그마한 세계를 대하는 제인 오스틴의 태도는 아주 지적이고 활기차. 그건 너무 중요한 점이기 때문에 책만 읽어서는 알 수가 없어. 나는 우리마저도, 우리의 고결한 개척지 마저도 제인 같은 눈으로 보고 싶어. - 로 (이상한 존, Olaf Stapledon, 2008, 오멜라스, p.211)


3. 각자의 '방식' - "그래요, 우주를 더 깊고 더 활기차게. 그게 요점이에요." p.127

삶이란 속도,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방식'과 '태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가 저마다 발견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적이고 활기찬", 이 태도의 교훈은 내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도 중요한 힌트가 아닐까.
 
나는 물새와 주디를 같은 이유로 좋아해요. 주디는 간단한 행동밖에 못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요. 가마우지가 가마우지식으로 존재하듯 주디는 전체적으로, 완전하게 주디예요. 어릴 때처럼 커서도 어른들의 일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못하겠죠. 더 복잡한 일을 할 때가 오면 주디는 자기만의 방식을 망가뜨릴 거예요. 당신들처럼요. 유감스러운 일이죠. 그래도 걔는 주디예요. - 존 (이상한 존, Olaf Stapledon, 2008, 오멜라스, p.67)

사용자 삽입 이미지
Odd John, first edition, 1935
http://en.wikipedia.org/wiki/Odd_John
Posted by 고래의뇌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고래의뇌
, |
온갖 기대를 안고 찾았던 카페가 문을 닫았을 때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 서는게 지루할 때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맨날 똑같은 화장실의 잔소리가 귀 따가울 때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친구들 덕분에 기꺼이 돌아가고, 기다리고, 다가간다. ^^
Posted by 고래의뇌
, |
"책 읽어 주세요."

영화 <천국의 책방>은 언뜻 사랑 영화 같지만, 내면의 플롯을 살펴보면 다른 어떤 영화보다 독특하고 깊이가 있다. 우선 이 점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특별했던 인연을 만나는 장소는 왜 하필 천국의 '책방'일까?  카페나 광장도 아니고... 게다가 책은 왜 읽어주는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방 중앙의 넓은 공간이 무대와 의자들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포인트다. 천국의 시민들은 책을 조용히 읽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부분을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1:1로 읽는게 아니라. 책방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좋은 구절을 함께 나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연들로 일찍 천당에 온 사람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준다는 것은 함께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영화 후반부에는 천국의 책방에서 책을 낭독할 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까지 들려준다. 낭독, 피아노, 그리고 불꽃놀이가 함께 어우러져 천국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천국과 지상이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만나게 되어 기뻤어!"

우리는 늘 사람과의 인연을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세상에는 사람 외에도 책이나 음악, 심지어는 불꽃놀이와도 이런저런 특별한 인연이 있는 법인가 보다.

셀수 없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가며 어쩌면 우리는 그만큼의 인연을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되건, 이 넓은 세상 위에서, 수 많은 시간의 단층 사이에서 재회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뻐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늘까지 쏘아올린 불꽃놀이 '연화'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연주곡 '영원',

매개체들 하나하나에 마음이 담긴 멋진 영화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미래
2.비움의 시
3.양지
4.8월의 편린
5.축복의 꽃
6.새로운 세상에게
7.심홍색
8.천국과 바다
9.모래 속에 묻어둔
10.영원
                           천국의 책방 - 연화 (天國の本屋 戀火: Heaven's Bookstore, 200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고래의뇌
, |
0623. 우리집 막내가 세상을 떠났다.

난 동물과 마음을 주고 받는 게 서툴다. 사실 우리집 막내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시도해본적이 없었다.

개도 사람처럼 만나고 헤어지는데 법도라는게 있다고 한다. 관을 꾸미는데도 정성스레 솜을 뜯어 마치 눈 같은, 구름 같은 이부자리를 만들고, 액자에 담을 예쁜 사진을 고르며, 한 장의 편지에 못다한 말을 끄적였던 것까지... 장례란 모두 형식적인 거라 믿어왔던 내가, 그 절차들을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녀석에게 건넬 수 있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와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는 더 많은 노력과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며칠이었다. 다음날 동생은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2008, 가와구치 하레, 청조사)>을 소개해주었다. 난 또 언제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책에 소개된 10가지 약속을 지키고 싶다.

1. 나와 오래오래 함께 해 주세요.
2. 나를 믿어 주세요. 그러는 만큼 나는 행복하답니다.
3.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4. 나에게 말을 자주 걸어주세요. 사람의 말을 할수는 없지만, 들을 줄은 안답니다.
5. 나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마음만 먹으면 내 쪽이 강하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6. 내가 나이가 들어도 잘 대해 주세요.
7. 나는 10년 정도밖에 못 삽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8.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9. 내가 죽을 때, 부탁드리는데요, 곁에 있어 주세요.
10. 부디 기억해 주세요, 내가 내내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마지막으로 새벽녘에 경황없이 달려갔음에도 끝까지 임종을 함께 해주셨던 신풍 24시 동물병원 원장님과 집앞까지 앰뷸런스를 보내주어 화장절차 모두를 도와주셨던 강아지넷(
www.kangaji.net)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혼자서라면 감당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분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고래의뇌
, |
우리는 왜 일을 할까?
아마도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럼 먹기 살기 위해서 우리는 도대체 얼만큼의 일을 해야할까?
먼저 우리가 어느 정도 먹고 살지를 정해야 할까?
얼만큼의 일이 결정되면 어떤 일을 해야할까?
그리고 언제까지 일을 해야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코 대답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기 일과 인생에 씁쓸하지만 우리가 마주해야할 작은 통찰이 있다.

<일 덜하는 기술> (악셀 브라이히, 울리히 렌츠, 2002, 문화과학)

"이 책은 자신을 위해서 카드를 새로 섞고, 필연의 왕국과 자유의 왕국, 유희의 왕국과 자발성의 왕국의 경계선을 새로 긋고 싶어 하는 모험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1. 인간은 얼마나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가?

- 직업상의 성공과 생활에서의 성공-삶의 행복-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가?
- 일을 더 적게 하면서 인생을 더 아름답게 꾸려나갈 수는 없을까?
- 단순한 밥벌이를 제외한다면, 인간을 노동에 묶어 두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 프로가 우리 시대 영웅이 될 만큼 일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 우리는 노동으로부터 제약을 더 적게 받는 인생을 가능하게 하는 일 등등보다 오히려 고용창출에 더 많은 노력과 지식을 쏟고 있는 것 같다.


2. 노동의 후광

- 당신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 "노동은 강요인 동시에 작업이다. 우리의 물질적 실존이 노동에 좌우되기 떄문에 노동은 강요이며, 우리는 노동의 결과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기 때문에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작업은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의미와 소속감 그리고 자기가치의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한나 아렌트)
- 성공은 섹시하다.


3. 노동의 그늘진 면

- 사람들은 인생에서 추구하는 수많은 것들이 노동에 있다고 생각한다.
- "업적을 요구하는 사람은 의미도 제공해야 한다." 말하자면 직원 전체가 동질감을 가질 수 있는 가치의 포장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노동현장에 의미를 채우고, 전 직원이 거대한 가족을 구성하며, 어떤 희생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서게 하여 공동의 비전을 추종하게 하는 공동의 신앙까지 마련되어 있다.
- 노동의 세계에 몸을 깊이 담그면 담글수록 그 만큼 더 주변의 세계는 창백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집과 사생활, 가족과 친구들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
- "우리는 근면한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이 시대는 예술에 가장 적합한 시간과 오전 나절을 우리에게 허용하지 않는다... 예술은 우리에게 삶의 여유와 위안을 제공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는 시간과 남는 여력만을 예술에 할애할 뿐이다." (니체)
- 개별 모험가로서 승선했던 배가 이제는 아무도 탈출할 수 없는 노예선으로 둔갑하다.
- 이제 더 이상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성과를 올리는 것이 문제다. 정말 문제가 아닌가?
- 공포의 노동윤리학: 적은 정규직 상품, 유목민이자 외인부대 용사 강요
- 노동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정체성을 찾을 수 없을까? 자명하지만 현대인은 더 이상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구성원의 자격을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 이웃들은 서로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교회와 종교도 우리를 더 이상 감동시키지 못한다.


4. 노동의 긴 역사와 노동숭배의 짧은 역사

- "노동과 미덕은 서로 대척관계를 이룬다." (아리스토텔레스) - 노동은 인간이 정신적, 종교적, 정치적 존재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
- "새가 날기 위해 태어나듯이 인간은 노동하기 위해 태어났다." (루터) - 청교도들에게 경제적 성공은 신에 의해 선택 받았다는 것의 증거
- "시간은 돈이다." (벤자민 플랭클린) - 산업화라는 신흥종교
- 노동 숭배의 측면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같은 정신을 가진 형제


5. 노동의 종말과 그 광기의 미래

- 일자리를 집어삼키는 그 첫번째 주범은 인간의 발명정신.
- 인터넷 혁명, 서비스 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일자리의 감소도 그만큼 혁명적이다.
- "새로운 기술의 상황에 대하여 새로운 소득분배정책으로써 대응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파라다이스에서도 굶어 죽게 될 것이다." (레온 티프 '파라다이스의 역설')
- 박탈과정에 대한 두려움과 노동사회를 위한 생명연장의 조처들 - 임금삭감


6. 일은 더 적게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살기 위하여

- 양치기가 되어 스위스의 알프스에서 땀을 흘리며 한여름을 보낼 수도 있다. 사막에서 바람과 모래와 별들에게 몸을 맡겨 보기도 한다.
- 안식년 시스템: 시간에서 벗어난다. 여행경비를 보충하기 위해 자원봉사단체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무료 숙식과 급식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 즐겁게 사는 연금생활자


7. 무직생활자, 딜레탕트, 게으름뱅이

- 즐겁게 일하는 딜레탕트만이 온갖 전문영역의 울타리 너머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발전시킬 수 있다. 딜레탕트만이 대상들과 실제로 인간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것은 즉흥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삶의 예술일 수도 있다.
- 산책한다는 것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걷는다는 것, 자신의 리듬을 찾는 것, 내면과 외부를 조화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의 문화는 게으름으로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부지런함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아마 우리는 꿈과 환상의 부족으로 파멸할 것 같다.

Posted by 고래의뇌
, |